1기 신도시 고양, 20년된 아파트 즐비
노후 변압기 교체시기 한참 지나

지난해 여름 113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들이닥쳤다. 노후 아파트의 전력설비 노후화로 인한 아파트 정전 문제가 지난해 화두에 올랐다.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폭염재난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비상 1단계가 가동됐다.

이처럼 심각한 폭염과 함께 과도한 냉방수요를 이기지 못한 아파트 정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후화된 변압기가 무더위로 늘어난 전력수요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기 신도시인 고양시는 정전사고의 중심에 있었다.

한전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153건 정도다. 이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내에서 발생한 아파트 정전사고만 13건이다. 같은 기간 동안 8.5% 정도의 정전이 고양시에서 발생한 셈이다. 9월까지 범위를 늘리면 17건에 달한다. 가구 수만 1만6000세대가 지난해 여름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샘터마을 2단지에서 노후 변압기 문제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4일까지 약 10여일 사이에 고양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정전사고만 3건이다. 이 가운데 한 건은 낙뢰로 인한 한전의 선로 이상으로 추정되나 두 건은 변압기 고장이 원인이 됐다.

지난해 적잖은 정전사고로 큰 불편을 겪었지만 올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부족한 시민의식을 꼽는다.

지난 1989년 조성이 시작된 1기 신도시인 고양시 일산은 이제는 지어진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지역이다. 기본 부하시 변압기의 내구연한이 대게 15~20년 정도 되는 만큼 노후 변압기 교체 시즌이 지났지만 전력설비에 예산을 투자하는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지금은 가구별 계약전력이 4kW 정도를 기준으로 책정되지만 당시 설계는 1~1.2kW에 불과했다. 적은 용량으로 최근 늘어난 부하를 모두 감당하고 있는 만큼 개량에 나서야 하지만 여전히 눈에 잘 띄는 환경개선 사업 등과 비교해 후순위에 밀려 있다는 것.

폭염 외에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변압기 교체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무관심이 아파트 정전사고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고양시가 작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억원, 올해 2억원 수준의 노후 변압기 교체사업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별로 변압기 교체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만큼 지원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파주‧고양시를 대상으로 올해 7개 아파트 단지의 노후 수전설비를 진단하고, 정부의 노후 설비 개선 지원사업에 대해 안내했지만 실제 지원사업을 신청한 곳은 1개 단지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부분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주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기안전관리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다. 적어도 올해 추석까지는 정전사고의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내 전력설비는 한전의 소유도 아니고 주민들의 소유인 만큼 주민들이 나서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폭염으로 인한 과부하와 전력설비 노후화가 합쳐져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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