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통상마찰이 계속되자 우리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발전업계에서는 국내 발전소에 일본기업인 MHPS 제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GE, 지멘스, MHPS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점에 있기 때문에 이번 통상마찰이 우리 발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한 현 상태에서 정부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유일한 대안으로 가스발전이 떠오르는 가운데 가스터빈 국산화율이 ‘제로’라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처음에 부품을 싼값에 판매한 뒤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비싼 가격에 장기로 체결하거나 교체품 비용을 비싸게 받는 등 애프터 마켓을 통해 이익을 남긴다. 프린트 제조사들이 프린트를 싸게 팔고 타사 제품과 토너 호환이 되지 않도록 한 뒤 토너를 비싸게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가스터빈을 전량 외국산에 의존한다면 2030년까지 약 20조원의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발전사들이 천문학적인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전략에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스터빈 제조 원천기술이 전 세계에서 3개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고급 기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터빈의 효율이 급전순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특성을 가스터빈 제조사가 모를 리가 없고, 발전사가 가진 선택지가 뻔하다는 것도 가스터빈 제조사가 꿰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터빈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국산 가스터빈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국부 유출 방지 효과와 더불어 국내 발전사의 협상력 강화에서 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발전사의 협상력 강화를 통해 애프터 마켓에서 유출되는 국부를 줄일 수 있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막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스터빈 국산화 국책과제가 마무리되고 실증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정부가 다각적인 방식으로 지원해 국산 가스터빈이 산업 생태계에 녹아들고 국내 가스터빈 제조사가 글로벌 제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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