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몇 년째, 일기와 날씨에 부쩍 관심이 많아 졌습니다. 중국 거대 IT회사를 배척하려는 몇몇 선진국들, 일본 산업계가 대한민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제조용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규제계획, 북측으로부터 온 소형 목선 해프닝 등을 포함한 작금의 정치외교안보의 날씨의 변화무쌍함에 앞서, 우리나라 7월과 8월의 날씨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준비해 온 전기자기학 및 5G 통신장치의 초고주파 하드웨어 기술과 무선전력전송을 다루는 국제학술대회인 APCAP 2019가 8월 초에 열리는데, 태풍과 무더위, 그리고 큰 비로 인해 혹시라도 참가자들이 발표나 관광 할 기회에 지장이 있을까봐 염려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비가 내리는데, 호우가 소강상태에 있는 듯합니다. 여기저기서 ‘호우’거리는데, 7월26일 또 다른 호우인 호날두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사려졌습니다.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매우 쓰라린 호우였습니다. 당시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매치가 열리던 중계방송을 보니, 공중에 수증기 많아, 태풍 다나스의 여파가 7월 셋째~넷째 주에도 머무르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유벤투스의 순회공연 당일 점심 시간, 전기와 우리 일상이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절감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인천의 첨단기술 회사들이 밀집한 인천테크노파크에 정전이 발생한 것입니다. IT 선진국이라는데, 전산망이 다운되어 대규모의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현금으로 식사비를 계산하였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은 덥고 습하여 유리벽은 수증기 붙어 불투명하였으며, 퇴식구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식판들이 멈춰있고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이 현장을 카메라에 사진으로 담아 두었습니다. 사람의 노동, 현금, 식사에 허용된 시간과 같은 아날로그가 있어 그나마 아수라장을 면한 것인데, 전산망의 동력이면서 냉방기와 컨베이어 벨트용 모터의 주식인 전기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심각성을 우리가 깨닫게 했을 것입니다. 호우피해의 하나인 정전은 그 원인인 합선과 함께 거론됩니다. 합선이란 뭘까요?

합선은 ‘전기합선’을 줄여 부르는 말로서, 단락(짧게 연결됨)이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단선은 ‘선이 끊어짐’으로,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발전소(전원)로부터 선풍기(부하)까지, 다단의 변압기들이 있지만 한 개의 전기회로로 표현할 수 있으며, 회로는 전원, 선로의 낮은 저항, 부하의 큰 저항으로 구성됩니다. 번개와 같은 외부요인이나 전기장치의 스위칭 보드의 불량과 같은 내부요인에 의해, 선로와 부하 사이의 한 점이나 여러 점에서 양극과 음극이 전기적으로 붙어버리는 것이 합선 또는 두 극이 연결되는 현상인 단락입니다. 영어로는 Short 또는 Short-circuiting 즉 쇼트입니다. 전기적으로 붙는다는 것은 양극과 음극이 구별이 없거나 간극에 선이 생겼다는 것으로, 무저항선 또는 전도성 선으로 두 극이 이어진 것을 말합니다. 이 무저항선은 설비 관리자가 의도적으로 둔 것이 아닌, 바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준다고 믿었던 절연체의 절연특성이 파손이나 파괴가 된 탓입니다. 여러분이 된장을 끓인 용기를 잡을 때, 머리 말릴 때 드라이기를 잡을 때, 차가 방전되어 점프스타트로 충전할 때, 절연체는 열과 전류가 인체에 전달되지 않게 해 줍니다. 공기, 목재, 종이, 기름, 플라스틱, 고무, 세라믹이 절연체의 재료로서 전도체의 반대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절연체는 전류의 흐름을 막아야 하므로 저항이 높습니다. 전압을 가할 때, 저항이 매우 크면, 전압 나누기 저항과 등식인 전류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절연체이 절연강도는 전계강도로 가늠하는데, 양극간의 전압차를 거리로 나누어 얻는 지표로서, 재료의 원자 분자구조가 절연강도를 결정합니다. 절연체가 과도현상(Transient)이나 전압의 급상승 펄스(Voltage surge)형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전압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버퍼역할을 하던 절연체의 분극현상이 깨어지면, 양극으로부터의 전하들이 간극을 매체 삼아 음극으로 이동하게 되어, 절연파괴(Break down)되어 전도체와 같은 단락효과로 바뀐다는 것을 말합니다. 두 극이 합쳐진다고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1초보다 짧은 동안 유한한 공간을 큰 전류가 흐를 때, 불꽃과 열이 발생되어 선로의 피복이나 건축물의 인화성 물질에 옮겨가면 불이 날 수 있습니다. 십만 암페어나 더 큰 전류는 평방 센티미터당 40 칼로리의 열을 가지는 아크 발생을 일으키고, 여러분이 1.584 미터 떨어진 곳에 평방 센티미터당 195.473 그램의 압력을 가하는 정도의 위력입니다. 벽이 강한 바람을 견디는 힘의 열배 정도의 압력이랍니다. 우리가 무거운 것을 들 때, 무거운 것을 지탱하다보면 열이 발생되죠? 압력이 열로 변환되는 것이고, 그 압력은 단락에 의한 절연파괴 때 발생하는 아크로부터 옵니다. 번개가 치는 것도 상공과 지면의 양극 사이의 공기가 절연파괴 되면서 발생하는 아크이며, 이것이 변압기에 닿으면 제2차 절연파괴가 일어나, 번개칠 때 나무가 쓰러지면서 선로를 끊어 발생하는 것과 다른 종류의 정전을 만듭니다. 정전(Outage나 Black-out)은 크든 작든 시설의 시스템 정지(Downtime)를 야기하고, 경제손실인명피해를 부르기 때문에, 전기합선원인과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곧 커런트워(The Current War)라는 영화가 개봉됩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니콜라스 홀트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지만, 로맨틱 코메디나 사이언스 픽션과 같은 대중적 인기장르가 아니라, 흥행은 장담하기 어렵지만, 꼭 보시기를 권합니다. 에디슨과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공급방식의 직류계와 교류계의 전쟁같은 대결을 그립니다. 전력기술을 선진국이 개발하면 가져다 쓰거나 약간 손질만 할 것이 아니라, 지난 세기 초 물리와 화학의 춘추전국, 혼란기에 삼시세끼 먹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그들이, 끌어 모아 축적한 전하들을 내 마을의 집집은 물론, 읍, 면, 군, 시의 불을 밝히는 방법을 고안해내는지를 보면서, 똑똑한 전기사용자 즉 전력공급자들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의 애환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장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 영화로부터 감흥을 받아, 전기 시스템 부분과 전체에서 전기합선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과 절연강도 크기를 예측하는 방법을 심도있게 연구하여 전기합선 차단장치(Surge arrester 등)의 도입과 설치에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강 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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