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곁에도 어렵지 않게 웹툰을 접하게 되면서, 대중을 사로잡는 웹툰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로도 널리 알려진 ‘미생’, 천만관객의 영화로 알려진 ‘신과함께’, 웹툰에서 만화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타짜’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졌습니다.

이렇게 대중으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작품의 탄생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물론 웹툰만이 아니고, 대중이 사랑하는 가요나 드라마 등 모든 콘텐츠의 탄생에는 작품만큼이나 소중한 애뜻한 사연과 비밀들이 숨겨있죠. 단 하루만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번에 끝까지 써내려갔다는 노래도 있고, 술자리에서 동료들과 술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악상이 떠 올라서 만들었다는 노래도 있는 것처럼 즉흥적인 경우가 많이 회자되기도 합니다.또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서 만들었다거나, 갑자기 꿈 속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렸다는 그림들도 있죠.

특히 대작(大作) 중에서도 이런 우연찮은 계기로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창작의 우연성에 대해서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웹툰의 경우는 좀 더 색다릅니다. 바로 한번 써 갈길 수 있는 성격의 그림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단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고, 이야기가 잡히면, 이를 풀어 헤쳐나갈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그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공간과 무대를 그려야 하는데, 이런저런 과정을 얼핏 살펴 보기만 해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일들을 한 작가의 생각과 손에서 모두 만들어내야 하기에, 좀처럼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기 힘든 지난한 작업이란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웹툰 작가들은 매일 매일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수도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읽고, 또 그 만큼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때로는 그대로 따라 그려 보기도 하고, 그 이야기의 줄거리를 요렇게 조렇게 따라해 보기도 하면서 작품을 준비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원천적인 작업이 있기에, 좀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그림을 보고 따라해보는 연습들은 기본이라고 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종종 자기에게 익숙해지는 필체와 그림체를 찾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과 이야기패턴을 만들어 갑니다. 물론 일부 작품에서는 아주 드물지만 마치 다른 작품을 차용한 듯한, 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고, 종종 이런 것들이 발견되었을 때 소위 ‘표절’ 시비가 나곤 합니다. 특히 만화나 웹툰같은 콘텐츠에서 이런 일이 종종 생기는 배경에는 이와같은 작품탄생의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정상적인 작품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죠.

얼마 전, 일본의 대형 애니메이션 회사의 건물에서 큰 불이 나서 많은 사람이 죽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좀 더 자세한 조사와 경위가 있은 다음에야 밝혀지겠지만 당장에 나온 뉴스에 의하면 자기 작품을 ‘표절’ 했다고 앙심을 품은 사람의 방화에 의한 화재였다는 겁니다. 사고는 사고로서 풀어 나갈테고, 모든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밝혀지겠지만,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뒷통수를 크게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을 겁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 마찬가지로 웹툰도 항상 이런 ‘표절’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는 작품 제작과정의 이면에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죠. 작품 인기의 비결이 어느 특정 부문의 대사때문일 수도 있고, 어느 캐릭터의 특정한 표현 때문일 가능성이 충분한데, 이를 두고 마치 그와 유사한 표현을 쓰는 어느 작가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속 방치하고 넘어갔던 어느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사가 비극을 당한 셈이죠. 단순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큰 대가였습니다.

우리나라 웹툰계도 점점 작품이 대형화되고 많아지며,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될수록 비슷한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타산지석으로나마 깊이 생각해야할 일입니다.

윤희성(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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