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기업지원센터 설문조사・권역별 설명회
중기 “사업하고 싶어도 정보 없어…공급망 필요”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전경. 정부는 국내 첫 폐쇄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선도할 전략을 세웠다.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전경. 정부는 국내 첫 폐쇄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을 선도할 전략을 세웠다.

고리 1호기를 선도 모델로 삼아 550조원 규모의 세계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우리나라의 전략과 달리 국내 산업체와 연구기관에는 실질적인 구조적·기술적 체계나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정재훈)에 따르면 원전해체산업에 뛰어들고 싶은 중소기업들은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질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산업회의가 운영하는 원전기업지원센터는 전국 원전 중소·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애로사항 설문 조사를 시행하고 올해 1월부터 6차례에 걸쳐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하며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 과정을 지휘한 박동원 원전기업지원센터장은 “원전 중소기업과 소통해보면 해체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들이 사업자가 어떤 작업을 필요로 하는지, 이를 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한수원이나 원자력연구원에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면서 “원전해체산업도 공급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원전해체산업과 관련해 두산중공업(대표이사 회장 박지원)과 한전KPS(사장 김범년)가 원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Merlin 연구로 해체작업 모습. 제공: IAEA, Forschungszentrum Juelich GmbH
독일 Merlin 연구로 해체작업 모습. 제공: IAEA, Forschungszentrum Juelich GmbH

◆ 해체 기술 실용화 당위성 불구 “맞춤형 전략 선행해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이하 KAERI)은 해체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범경 KAERI 해체기술연구부장은 지난 4월 25일 열린 ‘2019년 원전해체기술 산·학·연 워크숍’에서 해체 핵심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부장은 “해체 핵심기술 자립과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해체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부장은 “2021년까지 미확보 해체 핵심 기술 10개를 포함한 38개의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대 중반 국산 기술로 고리 1호기 해체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라며 “나아가 2030년대에는 인프라와 실용화 기반이 구축되고 해체 전문 인력을 양성해 국제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세계 해체시장 진출의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KAERI의 기술 분류는 연구 관점에서 제시된 것으로 해체사업과 알맞지 않다는 한계점도 지적됐다. 이후 산업부와 한수원은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90여 개로 다시 분류한 바 있다.

한 관련 전문가는 “미확보 기술을 모두 개발해 해체 핵심 기술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미숙한 발상”이라며 “기술과 기술의 필요 정도에 따라서 전략을 세워 그에 알맞게 고려돼야 할 사항”이라고 제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지난달 24일 개최한 ‘제3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에서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지난달 24일 개최한 ‘제3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에서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정부 차원 ‘원전 후행주기’ 본격 육성…탈원전 정책 대안

구조적·기술적 미흡에도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먹거리를 잃고 휘청이는 원전산업계에 원전해체산업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4월 정부는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해 2022년 하반기에 고리 1호기 해체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7년 4월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해 원전해체 Top 5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원전해체 시장 성장에 따라 원전해체를 원전산업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필요 역량으로 ▲단계별 엔지니어링 ▲방사선 관리 ▲건설·철거 ▲제염 역량·폐기물 처리시설 구축 ▲저장 용기 설계·제작 ▲장비 개발을 꼽았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지난달 24일 ‘제3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의 후속 조치 현황과 정부 지원 사항을 점검했다.

산업부 측은 “우리나라는 선행주기 중심의 산업구조가 이어져 왔기에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기반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2030년까지 국내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12기에 이르기 때문에 후행주기 산업역량 육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원전해체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을 명시했다.

정재훈 사장은 최근 원전해체산업 조기 발주, 해체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해체시장을 확대하고 국내 새로운 원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해체 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안 마련도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사장 차성수)는 지난달 25일 ‘원전해체방폐물 기술개발협의체’를 출범해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원자력환경공단 주관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경북대, 미래와도전, KAERI 등 산·학·연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앞으로 기술개발 방향을 조율하고 연구 성과의 사업화 방안 등을 공동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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