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창립 45년 만에 최초 의미 커
남성 중심 문화에 신선한 바람 불러

“벽을 허물었다.” 올해 ‘점검원’에서 ‘기술원’으로 전환된 임지혜 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 대리<사진>에 대한 얘기다. 임 대리는 지난 4월부터 ‘제1호 여성 현장기술원’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공사 창립 45년 만에 최초’라는 타이틀도 그의 몫이다.

그동안 공사의 여러 직군들 중에서도 현장 기술원은 ‘남성의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2만2900kV의 특고압 전기설비를 진단·점검해야 하기에 위험성이 높고, 업무 강도 또한 세기 때문이다. 또 점검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설비의 원활한 작동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현장 기술원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전기기사·산업기사 등의 관련 자격 외에도 10년 이상의 근무 경험이 요구되는 이유다. 임 대리 이전에 단 한 명의 여성기술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업무 특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남성의 성역을 깬 여성 기술원의 등장에 현장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일처리 방식이 동료 직원들에게도 전파돼,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다른 여성 직원들이 기술원으로 진출할 통로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여성 직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업무는 저압 일반용 전기설비의 진단·점검에 집중됐다. 현재 기술직군에 여성 기술원이 일부 존재하지만 사무직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우 본부 기술진단부장은 “여성 현장기술원의 탄생은 공사의 45년 역사로 볼 때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남성 중심 문화를 탈피해 건전한 경쟁 문화가 조성되고, 더 나아가 여성기술원이 늘어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임지혜 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 대리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 실력으로 떨쳐 내야죠.”

기술원 전환 5개월 차를 맞은 소감을 묻는 말에, 임지혜 대리는 이 같이 답했다. 기술직군 전환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실력으로 기술직군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입사 10여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지만, 주변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저압 설비를 대상으로 한 점검원 업무와 특고압 진단·점검을 총괄하는 기술원 업무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매일의 업무가 훈련이자 학습 과정이라는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원 업무가 여성의 몸으로 수행하기엔 고된 부분도 있지만, 그럴수록 공정히 경쟁을 펼쳐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1호 여성 현장기술원’으로 성역을 무너뜨린 만큼 이 길을 뒤따를 후배들을 위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처음 입사할 때의 마음과 목표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더 많은 여성기술원 동료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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