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냄비 속 익어 가는 개구리 ‘한국’ 이대로 괜찮은가?’

중동 산유국들이 탈석유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의 셰일오일의 급격한 생산증가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현재 일일 생산량이 약 1500만배럴로 세계 석유생산량 1위에 올라섰다.

다시 말해, 세계 에너지패권이 중동지역에서 북미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석유 생산량을 통해 유가를 통제해왔던 중동국가들의 영향이 지난 몇 년 사이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적인 감사위원회를 조직해 보다 철저한 생산량 감산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원유 수출에 대한 국가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동국가들은 유가 변동에 따른 불안정적인 재정수입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정책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16년 4월 국가전략 ‘비전 2030’ 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거버넌스와 경제부흥, 더불어 특히 석유·가스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비(非)석유·가스 산업의 발전을 통해 산업구조의 다각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마련했다. 이에 올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방한했는데 양국은 정부 부처·기관을 비롯해 금융, 미디어, 제조, 석유화학 및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업 등 약 9조6000억원의 경제적 MOU를 채결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들 중 하나인 에스오일의 최대주주이며, 더 나아가 올해 초 현대오일뱅크 지분 약 20%를 매수해 제2대 주주로서 시장을 더 확장하는 등 에너지 시장에서의 종주국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도 큰 변화를 줄수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정유분야는 세계 6번째로 큰 사업규모와 더불어 높은 석유화학기술력을 기반으로 주력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총 수출품 중 석유제품이 전체 4번째로 많으며 금액으로는 약 400억 달러에 달한다. 유가의 변동성에 따라 정유사업은 정제마진과 업황 실적이 크게 널뛰기를 하기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화사업과 같은 비정유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로 사업비중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화학부문에 대한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며 수익을 올렸다.

반면 장기적으로 필요한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에서 2019년 현재 8% 미만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수력발전을 포함해 30∼35%로 늘리는 안을 정책으로 확정했다.

물론 그 전에 발표했던 제2차 계획 당시 2035년까지 비중을 11%로 확대한다는 목표보다 다소 높아진 규모로, 수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한국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정구조개혁을 통해 비효율적인 분야에 집중됐던 재정을 축소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재정을 추가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OECD국가 내 GDP 대비 R&D분야 투자비가 가장 높다.

하지만 투자에 비해 낮은 기술 수출 비중과 기술의 상용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산업을 이끌 수소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 같은 한국형 맞춤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이 30% 이상인 한국은 건설, 토목, 제철, 자동차, 조선업, 화력발전소 등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이 많기 때문에 유가변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특히 세계 석유시장의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경제는 ‘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의 상황에 맞닿아 있다. 끓는 물속에 들어간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목숨을 건지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선 위기인 줄 모르다 죽게 된다.

세계 석유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만의 신성장동력을 찾아 위기 탈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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