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맷집이 필요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현재 에너지가 풍족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에너지 맷집이 필요합니다. 미국을 보세요. 셰일가스 깔아놓고 있지 않습니까?”

부산대 연구실에서 만난 안석영 부산대 원전해체핵심기술연구센터장은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에너지 맷집’이라는 낯선 용어를 사용하면서 에너지 여유가 있어야 에너지전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석영 교수가 미국 유학을 시작한 1997년 미국에서는 설계 수명 40년을 넘긴 원전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올 때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해체와 연장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논란이 됐다. 그래서 해체관련 연구가 진행됐고 해체관련 과제를 수행하던 지도 교수를 따라 안 교수도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안 교수가 연구했던 분야는 금속을 녹이는 용융제염이었다.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핵종 등을 같이 제거할 수 있다. 녹이면 부피가 줄어들고 오염이 균질해진다. 중준위 오염물이 저준위가 될수도 있고 균질도도 보장된다.

용융 작업이 잘돼야만 해체비용이 감소한다.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담는 드럼 1통 처리비용이 15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니켈과 같은 고급 금속을 재사용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원전 해체 대신 수명 연장을 결정했고 40년 대신 20년이 추가됐다. 미국에서 해체연구는 사그라졌다.

금속 용융과 제염을 연구했던 안 교수는 자연스럽게 국내 부지복원 관련 연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최근 원전해체연구소 부산 울산 공동유치와 관련해서는 “고리원전이 소재한 부산이 최적지이지만 수도권의 비대화를 고려한다면 부·울·경이 함께 동행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지방 분권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부산시,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함께 원전해체인력양성사업을 주관한다. 부산에서 적은 비용으로 미국 최대 에너지 연구소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미국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자 한다면 비행기 비용을 제외하고 최소 1700달러가 든다.

이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참석한다. 아르곤 연구소가 미국에서 순회 교육 하듯이 부산대가 아시아 교육 과정을 맡게된 것이다. 90%이상 출석하면 아르곤 국립연구소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부산시, 부산대, 아르곤 연구소와의 MOU에 기인한 것이며 외교부 도움없이 이루어진 것이라 지역에서는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공부했던 안 교수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가 부산시 지원으로 부울경 지역 해체관련 산업, 학교, 연구소 등을 상대로 아르곤 해체 교육을 주관하는 이유는 해체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체관련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해체 산업과 관련,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해체 선진국에 비해 당장의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원전건설도 우리가 잘 했듯이 해체도 세계 시장을 석권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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