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검찰개혁
검찰의 항소권 남용에 대한 제한 필요

흠흠신서(欽欽新書)는 경세유표, 목민심서와 더불어 다산 정약용이 남긴 경세에 관한 후기 3부작 중의 하나다.

다산은 살옥(殺獄)이라는 한정된 소재로 흠흠신서를 적었는데, 30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분량적인 측면에서 목민심서 못지않다.

흠흠(欽欽)이라는 말의 뜻은 ‘삼가고 삼가라’라는 것이다. 형벌권을 발동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흠휼(欽恤)사상은 전통적 중국법의 원리 중 하나로 그 기원은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흠흠신서에서도 고대 중국 요순시대 순(舜)임금의 말이 언급된다.

죄 없는 생사람을 잡아 억울함을 발생시키는 폐단은 고대 중국 요순시대부터 시작해서 다산 선생이 활동하던 조선후기를 거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남부발전의 이상호·김태우 전 사장·심야섭 전 본부장 등 경영진 3명은 출장비 횡령과 관련,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 2심, 3심 모두 무죄였다. 살인·강도사건과 같은 강력사건도 아니고, 출장과 같이 관행적인 업무에 사장이 결재라인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 시민단체에 의해 이와 유사한 구청의 허위 출장비 청구가 폭로됐지만 검찰이 수사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검찰의 기소는 처음부터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검찰이 3심까지 가는 동안 이들 3명은 변호사비용만 최소 수천만원 날렸다. 돈 문제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상호 전 사장은 총선 출마의 꿈을 포기했다, 덕분에 에너지 전환정책이 국가적 이슈지만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김태우 사장과 심야섭 본부장은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직원들이 겪는 고초를 감내해야한다는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정기관은 본능적으로 범인을 잡고 법의 심판을 받아보게 하고 싶다. 또 기소한 사건이 무죄가 나오면 담당 검사 인사고과에 좋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지만 강력사건도 아니고, 당시 관행이었고 지금도 일부 공공기관에서 관행인 출장비 문제를 대법원까지 끌고 간 검찰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항소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1심에서 국가가 패소했으면 이유가 있을 텐데 항소하는 자체가 비용을 낭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에는 검찰의 항소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됐었다. 기소법정주의가 원칙인 독일과 달리 한국 검찰은 기소편의주의로 출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진데다, 항소권에 제한이 없다.

3심까지 가는 동안 유일하게 웃었던 사람은 검사출신 변호사였다. 브레이크 없는 검사의 항소는 변호사 배만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의사소통행위 이론에서 ‘Long And Deep’한 토론으로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문가 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에는 법률전문가인 검찰도 포함된다.

검찰은 ‘삼가고 삼가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남부발전 임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발생한다면 그 개혁은 성공했다 할 수 없다. 공정하고 신중해야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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