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1990년대를 풍미한 광고 카피 문구다. 가까운 미래엔 아이스크림이 아닌 전력을 골라 쓰는 재미가 생길지 모른다. 먼 훗날엔 내가 쓰는 노트북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만들어진 건지, LNG 가스 전력으로 만들어진 건지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9일 기업이 직접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을 수 있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내 기업의 RE100 대응 능력을 놓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중에 나온 법안이다.

RE100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소비한다는 캠페인이다. 기업들이 나서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소비하면서 화석연료 소비와 기후변화를 막는데 의의가 있다. 캠페인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7월 29일 현재 기준으로는 190개 기업이 참여, 자연히 한국 글로벌 기업들도 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던 차다.

법안발의와 함께 삼성전자가 회장사로 있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그린피스, 에너지전환포럼와 함께 법안 발의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1160개 기업이 참여하는 기업협의체가 ‘더 비싼’ 재생에너지를 살 수 있게 한 법안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낸 일은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이제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판단 기준이 됐다는 방증으로 읽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국회가 개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발의는 됐지만 통과는 요원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야당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법안을 다루는 데에는 부정적이라는 인식부터 전기판매를 하는 한전과의 영역 다툼 여지, 소규모 전력중개 거래시장 범위를 확대하면 된다는 의견까지 여러 의견이 맞부딪혀서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란 기대를 얻고 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 PPA법을 대표 발의했다”면서 “PPA 도입은 신산업을 태동시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인류와 같은 단어가 거대하고 멀게 느껴지지만 하루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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