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늘지만 인증 배제돼 책임주체도 ‘모호’
국표원 인증대상 포함 검토 중…시일 걸릴 듯

한 상가의 천장에 설치된 트랙조명의 모습. 높은 심미성으로 인해 최근 설치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안전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상가의 천장에 설치된 트랙조명의 모습. 높은 심미성으로 인해 최근 설치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안전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머리 위 시한폭탄.’ 근래 들어 급속히 확대 보급되고 있는 트랙조명에 붙은 또 다른 이름이다.

트랙조명은 조명기구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트랙에 스폿조명을 고정 혹은 매달아 사용하는 조명시스템이다. 심미성이 높아 인테리어용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월별 공급량은 수십만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화점·커피숍 등 상가를 중심으로 설치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트랙조명에 대한 관련 규격은 존재하지만, 정작 KC안전인증 대상에서 빠지면서 위험성 높은 저급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만 사고 10건…책임 주체도 불명확-=조명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발생 사실이 확인된 트랙조명 사고만 총 10건에 달한다. 조명 낙하 사고 4건, 화재사고 6건으로, 모두 유명 백화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률이 점차 높아지다 보니 업계에선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트랙조명의 경우 천장에 설치하는데, 3~5m에 평균 2kg 이상이 나가는 스폿조명을 매달다보니 낙하하는 조명의 파괴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아직 인명피해가 난 적은 없지만 한 번이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중상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주체가 불명확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트랙조명은 KC안전인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납품업체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 지난 10건의 사고가 별다른 책임규명 없이 조용히 넘어갔던 이유다.

◆KC안전인증 빠진 이유 아무도 몰라…품목 지정도 ‘요원’=국내에서 조명기구를 제조·유통하기 위해선 KC 혹은 KS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의거 ▲램프홀더 ▲일반조명기구 ▲안전기 및 램프 제어장치 ▲안정기내장형 램프 등의 조명기기는 의무적으로 안전인증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랙조명에 포함되는 스폿조명 등의 LED등기구는 정격전력 10W 이하는 자율인증을, 초과할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인증대상이 된다. 상시적으로 전기가 공급돼 안전관리가 필요한 탓이다. 그러나 최초 관련 규격이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트랙조명은 인증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인증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트랙조명은 과거 2차례 KC인증대상 지정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또 당초 인증대상에 포함됐으나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졌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앞서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트랙조명이 인증대상이었으나 이후 제외된 걸로 안다”며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현재 국가기술표준원은 일부 업체의 민원을 받아 트랙조명의 인증대상 포함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마저도 요원한 일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 A씨는 “현행법 적용이 안 되면 법 개정까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또 인증대상에 포함되면 트랙조명 제조단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증대상이 돼도 문제”…일본·미국·캐나다 규격보다 실효성 낮아=국내 트랙조명 관련 규격은 지난 2003년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정한 ‘등기구 전원공급용 트랙 시스템(KC 60570)’이 유일하다. 이 규격은 “‘IEC(국제규격) 60570’을 기초로, 기술적 내용 및 대응 국제표준의 구성을 변경하지 않고 작성한 ‘KS C 60570’을 인용 채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같은 표준을 따르고 있는 해외 규격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규격 ‘JIS C 8472’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일본은 기본 규격에 해당한 JIS C 8472에 더해 트랙만을 위한 별도의 규격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트랙 규격인 ‘JIS C 8366’은 트랙의 구조부터 재료, 시험방법, 성능까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품목 구분 없이 전체시스템에 대한 기준만 두고 있는 국내 규격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미국과 캐나다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다. 두 나라는 IEC가 아닌 미국의 UL규격을 따르고 있다. 트랙조명 관련 규격인 ‘UL 1574’는 규격서 안에 품목별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제품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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