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몇년 전 중소기업청 시절 당시 ‘부’ 승격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소망 중 하나였다.

‘청’에 있다 보니 의견을 개진해도 다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다른 ‘부’와 달리 힘이 약하다는 이유였다.

현재의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며 중소기업들의 애환이 조금은 더 잘 전달되고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세월이 지나고, 회사와 출입처가 몇 차례 바뀌며 스마트홈·스마트시티 라는 분야를 맡게 됐고 오랜만에 다시 중소기업과 마주하게 됐으나 현실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4차 산업시대라며 아무리 대통령이 부르짖어도 몇 년마다 한번씩 자리가 바뀌는 공무원들은, 귀찮고 복잡한 민원이라면 저 멀리 미뤄두거나 전임자의 일이라며 모르쇠 해왔다.

너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일어나는 일이라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공무원이 다 그렇지’라며 한숨을 쉬지만 제도와 예산을 쥐고 있는 국가에 호소하기 위해 다시 문을 두드린다.

처음 기자생활을 할 때부터 봤던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지니 과거 언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구매를 약속했던 공기업 처장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스마트홈 관련 업체는 처장이 바뀌는 순간 외면받으며 생각도 못한 타격을 입는가 하면, 3년마다 한번씩 담당자가 교체되며 매년 사업에 대해 설명하러 쫓아다니는 기업도 있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이 R&D에 12년이나 매달리며 35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에너지 신기술을 완성하고도 여러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신기술’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며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기술을 살펴봐달라며 국회 공청회까지 가서 호소했지만 결국 제자리 걸음.

다행히 우리나라도 아닌, 멀리 타국 미얀마 공기업에서 기술의 진가를 알아보고 전액 투자를 약속했다. 한글로 된 홈페이지를 직접 번역해가며 업체의 기술력을 감탄했고 미얀마 전역으로 기술을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한글로 써진 기술 설명서를 조금이라도 살펴봤으면 기술성을 알 수 있을텐데, 한글을 모르던지 신기술을 수용했다가 혹시 모를 위험을 뒤집어 쓰기 싫었을지 철밥통만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스마트홈·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로 향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규제샌드박스라는 걸 내놓았지만 애당초 공무원들이 책임지기 싫어서, 윗 선의 눈이 무서워서 나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스마트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세상에 내놓을 것을 생각하면, 철밥통들의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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