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문화평론가)
윤희성(문화평론가)

갑자기 폭락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들어 급상승하며 오르자, 새삼 블록체인 관련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투기의 대상으로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던 암호화폐가 몇 번의 등락을 거듭한 뒤에 점차 본격적인 미래기술로서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유통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단순히 한번 지나가는 기술의 흐름이 아니고, 암호화폐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흔히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로 불려지는 기술의 기반은 블록체인인데, 이 기술이 갖고 있는 개방성과 범용성 그리고 강력한 보안기술이 많은 콘텐츠 사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웹툰과 같은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 적합한 대안으로 블록체인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웹툰 글로벌플랫폼의 주요기술로 블록체인을 고려해서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사업자는 20여곳을 육박하며, 이는 25개 안팎의 기존 웹툰플랫폼을 고려해 보면 상단한 숫자라고 간주할 수 있을 정도다. 가히 블록체인 개발붐이라고 불려져도 충분할 정도다.

이와 같이 뜨거운 개발붐이 불기 시작한 건,불과 1년 남짓하다.

특히 다른 콘텐츠 분야와 다르게 웹툰분야가 블록체인을 반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존에 대형플랫폼의 종속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던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작가와 사업자의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음원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중앙집중적인 대형플랫폼을 통해서 유통되는 현실에서, 창작의 주체인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턱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산형 플랫폼의 특징을 지닌 블록체인을 적용할 경우, 작가와 독자의 직거래가 가능하게 돼, 독자는 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고, 작가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었던 것이다.

즉, 기존에 작가와 플랫폼간의 “불신(不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무엇보다도 너무나 만연돼 있는 불법복제 때문에피해가 막대한 상황에 대한 기술적 대안으로서, 특히 보안에 강점이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작가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웹툰산업계는 잠재적으로 콘텐츠의 불법복제에 대한 상당한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했으나, 생각같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 많은 웹툰 사업자와 작가들이 열광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웹툰산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웹툰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좋은 대안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일 것이다.

한 나라나 일정한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경우에는 특정플랫폼에 의지해도 충분하지만, 여러나라에 서비스하게 될 경우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능들이 필요하게 된다.

단순히 언어적인 문제를 떠나서, 물리적인 서버의 위치와 함께 나라별로 다른 상황에 맞도록 현지화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지화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계산과 정산, 그리고 이를 송금하고 결제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최근에 한류 열풍에 발맞춰 활발히 외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웹툰도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할 경우, 이와 같은 어려움과 비용의 상당부분을 줄여 줄 수 있고, 그래서 웹툰산업계가 새로운 서비스플랫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구상단계에 있고, 블록체인을 떠나서 암호화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하는 단계가 있지만, 이러한 시행초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면, 블록체인 웹툰플랫폼이 웹툰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