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세 가지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힌 이후 일부 SNS 상에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전국의 택배원들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했다. 또 택배차량에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다.

같은 날 대형마트 근로자들도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일본 제품 안내 거부를 선언하고, 대형마트 3사에도 일본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키로 했다.

이에 앞서 슈퍼마켓 단체인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물류센터 40곳에서 일본 제품을 모두 뺀 상태다.

일본 맥주나 담배, 일본 브랜드의 옷을 사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는 일본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일본 여행객들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 하나투어 등 국내 대표 여행사들의 일본 패키지 신규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도 줄줄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역사 왜곡이나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같은 일본 불매운동이 없지는 않았지만 요즘처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일본의 이번 조치는 비상식적이고, 우리나라의 약점을 노린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지속 여부는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해지여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3대 경영자단체 중 하나인 경제동우회의 사쿠라다 겐고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일 양국 소비자 모두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물건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때문에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일축해버리기에는 뼈 있는 말이다.

즉 국내 소비자가 애국심에 불타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했지만 일본산 제품과 서비스를 대신해 선택한 우리나라의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다시 일본제를 선택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적자규모가 240억 달러까지 늘어난 이유를 생각해보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우리나라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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