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해외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국산화 사업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야 당장 국산화의 중요성을 온 피부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산화의 가장 큰 벽은 ‘상용화’로 불리곤 했다.

한국형 철도신호시스템으로 불리는 KTCS 1단계가 처음 개발됐을 때가 그랬다.

지금은 서울시가 신림선 등에 KTCS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초기만 해도 서울시의 KTCS 도입이 도박으로 비춰지는 면모도 있었다. 분명 뛰어난 기술임에도 아직까지 운행 실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운영사들이 도입을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KTCS의 상용화는 여전히 높은 벽이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진흥원이 철도 핵심부품의 국산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이들 제품의 판로를 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SR과 함께 진행한 3개 국산화 부품의 도입 논의가 좋은 예다.

특히나 제품 홍보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용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원천기술의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좋은 국내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이어지게끔 기반을 만드는 것에도 힘을 써야 한다. 사용되지 않는 기술은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4년 호남고속철도를 처음 개통하며 고속철도 시장을 열었다. 당시 프랑스 기술에 의존해야 했던 철도업계는 11년이 지난 2015년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고속철도인 호남고속철도를 개통해냈다. 이때 전차선 자재 국산화 개발과제 등 다양한 기술개발사업이 진행됐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국산 고속철도’ 건설에 성공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해 국산화 제품의 상용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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