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탄생과 위력

강승택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강승택 인천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지난 4월 4~5일 발생한 강원도의 대규모 산불, 산을 타고 도시로 향하던 불길과 화염 그리고 진압을 위해 방방곡곡에서 출동하여 화마와 사투를 벌이던 소방관들과 긴 소방차 행렬을 방송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보셨을 것입니다. 막대한 피해, 양간지풍, 도깨비 불로 기억될 이 산불의 원인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강풍에 변압기 장치의 연결선들이 시설물과 마찰을 일으키며 불꽃을 만들고, 이것이 근접한 마른 나무와 풀에 옮겨 붙어 그 산으로 삽시간에 퍼져간 것으로 봤습니다. 사람들은 ‘담뱃불이나 소각 때문에 불이 난 것이 아니었어?’ 또는 ‘전기와 불이 무슨 관계야?’라고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길 반장(Mr. Gill)이라는 신드롬을 만든 미국 드라마인 CSI, 범죄와 사고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의학, 유전학, 역학, 화학적 분석장치와 VR 정보를 동원하는 과학적이고 유려함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팀의 한국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과수는 주로 법의학자들의 해부, 포이즈닝 실험이 주무라는 평소의 이미지로 인해, 이들이 전력시설을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머리를 잠시 혼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국과수의 이번 실험을 참관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뉴스에 나왔듯이 변압기 전력선과 주변 장치에서 마찰이 불꽃을 튀기는 장면과 유명 동영상 사이트에서 유사사례를 접한 결과,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건기에 강풍이 있어 다른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전기장치의 과열처럼 관심을 덜 받는 한적한 도로의 전력시설도 화재의 잠재원인으로 살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은 마찰이 불씨가 된 것으로 전기가 불꽃이 된 경우는 아니지만, 모두 열과 전력, 그리고 에너지 보존법칙에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열은 온도나 칼로리만으로 표현하면 전력이나 불꽃과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지만, 주울로 표시하면 에너지가 되고 전력에 시간을 곱한 에너지이니 서로 등식 관계가 됩니다. 열과 불꽃은 형태가 다르고 센싱(감지)하는 감지장치 즉 센서만 다를 뿐 에너지로서는 같습니다.

‘일본 동북지역의 동경전력 핵발전소가 녹았다’는 열 개념, ‘물에 담겨 있는 핵 연료봉의 파란색 형광’은 빛 개념, 결국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기력 에너지, 빛 에너지, 열 에너지는 담아두고 흘려 보내고 그 존재와 양을 느끼는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통합해 설명 가능합니다. 전구만 하더라도 금속선으로 전기 에너지가 전달되다가 저항이 있는 텅스텐 필라멘트를 만나면 열이 생겨 타 버리기 전까지 빛을 내는 달궈짐 상태를 보이는 회로실험에서 세 종류의 에너지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기장판으로부터 전기가 열이 되고 전기코드를 꽂으면 인덕션 히터(유도 가열기)는 자기 에너지를 통해 2차 전류가 열선을 물을 끓일 만큼 뜨겁게 만드는 것을 보면 전기가 방화를 제외한 화재발생의 유주얼 서스펙트(단골 용의선상 인물)로 지목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기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요? 성냥으로 불을 붙인다고 해서, 휴대용 전화기를 충전시키는 전기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전기는 전기력을 만드는 전하, 즉 전기력이라고 명명된 힘을 생성하는 알갱이들이 중성이라는 균형상태를 벗어나 있을 때 발생합니다. 그 알갱이들은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들입니다. 분자 단위로 가면 이온들이 전하입니다. 화학책에 나오듯이 이온 역시 원소에 따라 전자들이 몇 개 많냐, 몇 개 적냐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원소와 물질들이 아무리 많아도 양의 전하인 원자핵과 음의 전하인 전자들의 개수가 같은 상태, 즉 중성 상태에서는 전기력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와 같은 중성 상태에서 전자를 잃어버리면 ‘양’, 전자를 더 얻으면 ‘음’이라고 부릅니다. 양 전하에서 음 전하로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어 당기는 것이 전기적 인력으로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빗질 할 때, 머리카락이 당겨진다던가, 호박과 같은 투명한 광물을 천에 문지른 뒤, 종이조각에 가져가면 붙는 현상이 전기력 현상입니다. 번개 역시 구름에 쌓인 음전하들이 땅의 양전하들과 공기의 절연특성을 파괴하면서 서로 결합하는 전기현상으로서, 뾰족한 지점 또는 지면에서는 높은 곳에서 결합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가 컴퓨터를 구동할 때 쓰는 전기와 앞에서 설명한 전하와 전기력 현상과는 이질적일 수 있습니다. 전하들을 발생시켜 금속선을 매개체로 흘려 보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전력 시설이라고 한다면, 핵심은 거의 짚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는 공기 대신 금속선, 반응은 불꽃 대신 자석과 전선으로 된 모터의 회전으로 대응시키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현상이 인류가 개발한 전기 계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연현상이든 전기 계통이든 근원은 바로 전하로 똑같습니다. 심지어, 매체를 통해 부하(일하는 반응장치)를 흘러 다니는 것도 전하입니다. 알갱이 뿐만 아니라 흐름도 중요하죠. 바로 전류라는 것입니다.

전류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전하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은 논에 물을 대어 경작을 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전력선의 품질과 전압 배치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전압과 전류를 한꺼번에 얘기한다는 것은 전력을 의미합니다. 저수지로부터 아랫 마을에 물을 공급할 때, 저수지가 가둬둔 물의 압력이 전압이고, 저수지의 파이프나 강의 물흐름이 전류이니, 압력과 흐름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체계는 어떤 분야에서든 흡사하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수로에 원래 정해둔 논밭이 아닌 새로운 논밭의 출현으로 가지치기를 할 때 당황스러운 경우는 마치 도시 전력망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력 수요에 대처하는 양상과도 같습니다. 전기력이 우리 생활에서 생활의 동력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조금의 관심으로도 전하와 전기력, 전력의 의미를 기억하기 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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