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가 구조조정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업계 내부에선 “앞으로 몇 년이 업체들의 생사를 가르는 기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업계에선 A제조업체의 동향이 물밑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업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속적인 매출 급감에 대한 대응으로 10명 남짓한 직원을 정리해고하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인원 폭의 정리해고는 업계에선 무척 드문 일로, 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는 전언이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에는 A업체와 유사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업체의 규모와 주력 품목에 따라 상이하긴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평균 30~50%의 매출 급감을 경험한 업체들이 ‘일단 버티기’ 전략에서 앞으로 몇 년을 내다보는 방식으로 전략 수정을 고려하고 있단 얘기다.

전선은 산업군을 불문하고 대규모로 공급되는 후방산업의 대표 품목 중 하나다. 전선업계는 근래 들어 완성차·조선·건설업 등 2차 산업이 붕괴하면서 여러 전력기자재 중에서도 유독 혹독한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근래 들어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사안이 부산 르노삼성의 폐업 여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들어 매우 이례적으로 발생한 ‘동값-전선가 불일치 현상’도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선은 원자재값이 제품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선의 주자재인 동값이 3% 가량 올랐음에도 전선 납품가는 변동이 없었다. 제품 수요가 공급량에 턱 없이 부족하다보니, 제품가 형성의 1차 요인인 동값마저 영향력이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 수년 새 전선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종결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업계 침체가 지속되면 무리하게 규모를 키운 부실 업체나, 당장에 일감 확보가 어려운 영세업체들의 경우 업체 통폐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벌써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며 “이대로 가면 조만간 전선업계도 적자(適者) 위주로 재편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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