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 아닌 필수…한전은 착한 공룡돼야”

OECD 국가 중 재생E 최하위권
재생E 이륙 직전 단계, 세계적 추세 따를 것

한전, 독점의 비효율보다 통일성의 효율 장점 많아
마을단위 재생E 보급 확대 한전 서포터 역할 중요

에너지 업계 종사자라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활약을 모르긴 어렵다. 그가 2010년 노원구청장을 역임하던 시절부터 구정활동에서 ‘녹색지구,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일화들은 유명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선도자로 불릴 만큼 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의원’이라는 평이 업계 내에서 자자하다. 김성환 의원을 만나 재생에너지의 현황과 전력산업의 미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석탄을 줄이면 원전을 늘려야한다는 식의 논쟁은 이제 불필요합니다. 둘 다 줄이되, 재생에너지가 나머지 공간을 메워야해요. 한국은 기존에 결정해놓은 원전과 석탄, 그 총량이 너무 많습니다. 세계의 추세는 탈원전, 탈석탄입니다. 이와 비교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속도는 너무 느리죠. 재생에너지 보급량을 빨리 키우는 게 이러니저러니 해도 숙제입니다.”

한국에선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힘겨루기도 지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다르게 유럽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 천착하는 각국 녹색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30세 미만 유권자 3명 중 1명이 녹색당에게 표를 던졌다.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의제는 ‘기후위기’였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석탄을 줄이고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로 가고 있죠. 영국 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있고요. 석탄은 2025년이면 퇴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영국이 석탄이 빠지는 자리를 보완하기 위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늘리려 했는데, 막상 재생에너지를 돌려보니까 굳이 원전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입니다. 최근 북해 쪽에 꽤 많은 풍력을 설치하고 있어요. 그래서 원전에 대한 지원책을 대폭 줄이는 선택을 한거죠.”

일본 히타치는 올해 1월 영국 내 원전 신설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선택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치명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여러 국가들이 이를 줄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문제는 체르노빌이 터졌을 때 일종의 정리를, 이후 후쿠시마가 터졌을 때 재차 (줄이기로) 정리한 거죠. 그게 일종의 세계적 추세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신한울 3·4호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논쟁으로 남아있지만, 크게 보면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전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기후변화가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다는 걸 자각한 게 2000년대 초입니다. 그래서 원전만큼 빨리 탈석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야 한 거죠. 원전은 사실상 정리된 얘기고, 석탄발전을 빨리 줄여야겠다는 게 OECD 국가들의 공통 의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런 추세를 고려해서 속도를 붙여야겠죠.”

김 의원은 OECD 국가 중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최하위권임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오랫동안 원전, 석탄 등을 공급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정책을 추진해온 사람들이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영역이 그 필요성에 비해서 목소리가 약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성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보급에 장벽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여건들을 극복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 한 것에 대한 죄송함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당내에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산업육성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어요. 풍력, 태양광 사업에서 주민과의 갈등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부분을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원 파악 부분에서 조금씩 진전이 있는데, 예를 들면 부안 앞 바다 풍력발전단지랄지, 삼척 육백산의 풍력발전단지 사업 등이 있습니다. 또 중앙부처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부분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재생에너지 확산도 지금 이륙 직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려움이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확대되겠죠.”

재생에너지 확대 부분에서 지지부진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의 관료주의, 행정주의들을 특히 비판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실행이 미진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관료들의 형식주의 같은 것이 있습니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법을 내놓고도 저쪽 당이 통과를 안 시켜 준다고 합니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계획입지 제도입니다. 법 안 바꾸고도 할 수 있어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서 계획입지 제도로 하려고 하는 일들을 하면 돼요. 거의 법에 준하는 효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고 말아요. 할 만큼 했다고 하지만 이 내용을 깊이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아쉽죠.”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나 단순히 한전의 기능을 분리하는 전력구조 개편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저는 (한전의 역할을 나누냐 마느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때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제도를 보면서 발전·송전·배전을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냐는 논의가 있었죠. 또 한전이 너무 역할을 독점해서 비효율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한전을 ‘착한 공룡’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한전이 갖고 있는 통일성으로부터 나오는 효율이 있습니다. 이를 일부러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기능은 한전이 역할하도록 하면서 다른 영역과 시너지를 내야겠죠. 한전의 역할을 나누자는 그 자체가 사회적 논쟁이 돼 일은 제대로 못 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지금의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려면 한전의 역할은 보존하면서 마을 단위의 에너지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전이 서포터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전 때문이 아닙니다. 한전을 쪼개면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것이라 보진 않습니다. 한전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정을 해서, 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마을 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는게 현재로선 과제인데, 이를 한전이 보완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한전이 손 떼라고 하면 마을 단위에서 블랙아웃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동네에서 바람이 안 분다든지 갑자기 구름이 많이 껴서 태양광이 생산되지 않는다든지 그러면 즉각 한국전력이 보완해줄 수 있도록 그런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게 한전이 가진 장점이에요. “

김 의원은 이를 위해선 “정책의 디테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분산에너지 특성을 갖는 이상 기초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길 수밖에 없고, 이를 각 생산지에서 소비할 수 있게 구색을 갖춰가야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상당한 권한을 넘겨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그리고 그것을 가까운 데서 소비할 수 있는 것을 지자체의 특성에 맞게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해요. 예를들어 신안 같은 곳은 바람도 많고 햇빛도 많으니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하게 해주면 됩니다. 태백 같은 곳은 일부 풍력과 산림 바이오매스를 하면 되고요. 조건에 맞게 해야 하는데 이건 중앙부처가 책상에 앉아서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해당 지자체가 가장 잘 아는 지점이죠. 문제는 지자체는 이에 대한 권한이 없습니다.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지자체별로 해당 지자체와 그 지역의 한전이 지자체와 협의해서 그것에 맞는 에너지 구조를 짜는 것을 협력해야 합니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한 행보를 이미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대 편성해 ‘지자체 연계 민간단체 협력사업’을 한국에너지공단이 실행하도록 촉구했다. 7개 지자체와 해당 지자체 내 민간 시민단체가 재생에너지사업발굴 등의 역할을 하는데 5억여원이 지원된다. 이처럼 언행일치의 의정 활동을 펼치는 그에게 내년 총선의 계획을 물었다.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전 구의원부터 국회까지 서울 노원구에서만 선거를 일곱 번 치렀습니다. 5승 2패 했죠. 총선을 위해서 추가적으로 뭘 더 하기보다 평소 하는 대로 하려 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선 ‘선거는 선거 때 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는 평소에 하고 선거 때는 주민에게 (당선의) 동의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평소에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선거 때 가서 ‘아이고 내가 이런 거 해볼게요’라고 하면 소용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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