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문화평론가)
윤희성(문화평론가)

현대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습니다. 남에게 비쳐지는 모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늘 아침마다 되뇌이는 말 중에 하나가 다이어트란 단어일 겁니다.

수많은 다이어트 철칙 중에 꼭 있는 것이 달콤한 것, 그러니까 설탕 같은 음식을 조심하라는 것도 있을 겁니다. 물론 설탕은 비만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 건강에도 안 좋고, 등등 여러모로 경계대상 1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몸의 건강을 해치는 경계대상들 대부분이 너무나 맛있거나 달콤해서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만만치 않은 것들일 겁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결국 이런 유혹과의 싸움이고 한판승부일 겁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들이 콘텐츠 산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 핸드폰이 일상화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같은 소위 스낵컬쳐(snack culture)라고 불리는 콘텐츠 장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스낵컬쳐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웹툰이나 웹소설의 소비패턴은 그저 동네 편의점에서 군것질하기 위해 과자 한봉 사고 먹어치우는 간식거리 같습니다. 별 생각없이 아무데서나 먹고 싶으면 구할 수 있고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심심한 뱃속을 잊게만 하면 되는 그런 간식같은 겁니다.

웹툰을 보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모두 길거리의 떡볶이 만들 듯이 만들고, 찍어낸다고 해도 새우깡같은 과자만드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안 팔리면 바로 다른 것으로 만들어 팔면되고, 사는 사람도 맛 없으면 그냥 다른 데로 시선을 옮기면 되는 그런 식이죠.

이런 소비패턴에 빠져 있다 보니 웹툰을 즐기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모두 한가지 유혹에 빠집니다. 즉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만 만들려고 합니다. 음식으로 치면 달디 단 음식만 만들게 되죠. 물론 이용자 역시 당연히 달콤한 웹툰만 찾게 되죠.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웹툰이 잘 팔린다고 하면, 모두 이와 비슷한 웹툰을 만들어서, 편의점의 진열대에 올리는 것과 같이 인터넷에 올리게 됩니다. 편의점에 가면수도 없이 비슷비슷한 종류의 컵라면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죠.

최근에는 더군다나 특히 웹툰계의 주 고객층이 중고등학교 여학생이어서 그런지, 이들이 원하는 건 대부분 달달한 로맨틱코메디 소재의 그림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야말로 지금 웹툰은 단음식으로 가득찬 셈이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단음식이 건강을 해치듯이 콘텐츠업계도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스낵컬쳐의 특성상 달달한 콘텐츠들이 줄지어 연재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읽고 즐기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약간은 쓰지만 지나고 보면 그윽한 맛이 나는 웹툰, 지금은 아무 맛이 없는 것 같지만 결국은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 작품, 이런 작품들이 많아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를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바로 달달함의 유혹때문이죠. 자기 건강을 해치는 줄 알면서도 별수없이 자신도 모르게 과자봉지로 손이 가는 것처럼, 웹툰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유혹을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웹툰을 보다가 조금이라도 그림이 복잡하거나 스토리 전개가 복잡하면, 바로 읽기 편하고 단순한 그림체의 웹툰으로 옮기는 패턴 때문에 달달한 웹툰이 많아 지는 겁니다.

이제 웹툰을 보는 사람들도 역사물이나 드라마물같은 복잡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고 화면 전체 가득하게 그림작가가 꼼꼼히 채운 웹툰을 고르고 즐겨야 합니다. 이래야 다양한 소재의 다양한 웹툰이 만들어 지고 그런 소재를 다루면서 그림실력을 뽐낼 수 있는 숨은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겁니다.

달달한 웹툰보다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즐기게 되면 웹툰계가 건강해지는 이유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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