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에너지로 사용하는 첨단 장비・기기들
전자기파 응용기술 바탕으로 발명되고 개발

이경희 센터장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의료기기연구센터)
이경희 센터장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의료기기연구센터)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의료기기를 연구하십니까?"

의료기기 연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이름 그대로 전기전문연구기관이다. 하지만, 전기라는 이름과 의료기기와의 연관성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전기는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확보한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19세기 실용화된 이후 인류 문명은 전례 없는 급속한 변화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현재 주변의 거의 모든 기기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작동하고 전기가 없는 세상은 잠시라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듯 일상에서 전기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 많은 사람이 전기를 에너지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전기는 전자기파라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1879년 독일의 헤르츠가 전기진동 연구를 통해 전자기파의 존재 및 성질을 규명한 이후

20세기를 전자기파의 세기라 할 정도로 많은 전기기기가 개발되고 발전했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첨단 장비나 기기들은 모두 전자기파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발명되고 개발된 것들이다.

현대의료기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X-선의 발견은 1895년 독일의 뢴트겐이 진공 튜브에서 고압 전류실험 중 발견된 것이다. 이를 1896년 전기기술의 양대 산맥인 테슬라와 에디슨이 이동형 X-선 장비로 실용화해 현재까지 필수 의료기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후 MRI, 초음파, CT, 내시경을 비롯해 수많은 진단 및 치료기기들이 전기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당시 에디슨이 설립한 전력회사였던 GE(General Electric)나 필립스, 지멘스 등 현재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모두 전기기기를 개발하던 기업이라는 것도 의료기기 산업이 전기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역시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으로 1991년 저온 초전도 선재의 응용 분야로 MRI용 초전도전자석(1.0T)과 특성 평가를 위한 MRI 영상 기술을 개발하면서 의료기기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 X-선 영상진단기기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의료기기 연구를 수행했으며, 2009년에는 정관 개정으로 의료기기 개발을 한국전기연구원의 고유 업무로 편입했다. 연구범위와 인력도 확대돼 방사선, 고자장, 광, 초음파, RF 및 IT 응용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활용해 ‘전기융합 의료진단기기 및 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전자기파응용 치료기기 기술 개발’의 두 축을 중심으로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수행되는 연구과제들은 대부분 병원과 공동으로 비임상 및 임상시험까지 진행해 임상적 효용성 및 의료기기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관련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빠른 실용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 단순하게 공학적 개발에 그치지 않는 전주기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로 개발된 많은 기술이 관련 기업을 통해 상용화돼 이전됐으며, 특히 ‘유방암 조기 진단용 3차원 DBT/DOT 융합 영상 및 자동 병변 검출 시스템기술’과 ‘췌장암 표적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기술’이 각각 2017년과 2018년 출연연 10대 우수연구성과에 선정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지난 30여 년간 의료기기 관련 연구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와 고전압, 전동기, 초전도, 나노소재, 로봇, 정밀제어, 전지 등 한국전기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많은 기반 기술들이 바로 의료기기에 접목이 가능한 핵심 요소들이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전기화학기술을 이용한 임플란트 표면처리, MRI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인슐레이션 기술 등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의료기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며 범국가적 관심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시장은 여전히 다국적 기업이 이끌어 가고 있으며, 단기간에 그 구도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현실이다. 10년 전에 수입에 의존했던 요소기술 및 부품들은 아직도 많은 부분 수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를 맞아 한국전기연구원은 의료기기연구부서를 강소형 연구조직으로 재편했으며, 전기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의 혁신을 목표로 E4MED, e-Intelligence(지능형의료기기 개발선도), e-Integration(기술융합형 첨단의료기기 개발), e-Interdisciplinary(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하는 다학제연구), e-Inclusive Care(인간 중심적 의료기술개발)를 핵심키워드로 선정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무병장수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전기연구원은 가장 잘하는 전기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의료기기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 미래는 우리가 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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