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안 좋으면 치마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 같아서, 꽤 오래된 이야기 같은데, 연원을 따져 보니 그리 오래 된 속설도 아닙니다.
바로 1973년 제1차 오일파동때부터 나온 이야기랍니다. 오일파동으로 세계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지게 되고, 사람들이 좀더 일하기 편리하고,옷감을 적게 쓰는 옷들을 선호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랍니다. 따지고 보니 굉장히 실용적인 선택이었는데, 괜시리 치마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말에 다른 방향의 상상을 했을 뿐이죠.
그런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좀더 저렴한 옷을 찾게 되고, 그 중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찾아가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겁니다. 참으로 경제적인 선택일뿐더러 인간적인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옷이란게 원래 옷감이 적게 든다고 싸고, 옷감이 많이 든다고 비싼게 아닌 상품인데도 이런 속설이 생긴 건 아이러니입니다. 옷감의 질과 가공방법, 그리고 패션디자인의 적용여부에 따라서, 천 한 장임에도 가격이 천차만별인게 의상의 특징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들이 웹툰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관련산업부문 통계에서 보면, 웹툰산업의 성장은 눈 부실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산업이 경제침체에 따라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요즘에도 2,3년 전부터 웹툰산업부문은 괄목할 만할 성장을 거듭해서 불과 4년전인 2016년만해도 500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가 2019년에는 드디어 1조원 시장으로 확장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연 평균성장률이 거의 20%를 상회하는 놀랄만한 성장률이죠.그리고 이런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치마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경제가 어려우면 웹툰이 잘 나간다”로 바뀔 기세입니다.
상황이 이쯤되니,경제가 어려운데도 웹툰이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다른 콘텐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흔히 경제가 어려워지면 씀씀이를 줄이게 되고, 그 비용절감의 우선 대상이 여가를 즐기는 비용이 될 겁니다. 그래서 레저나 외식비용을 줄이게 마련인데,그래도 저렴하게 시간을 대우고 즐길 수 있는 게 스포츠관람, 영화감상 등일 겁니다.그러나 최근의 통계를 보면 이 조차 급격히 줄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런 여가활용 부문에서 그래도 굳굳하게 버티는 분야가 웹툰과 게임일 것 같습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저렴한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장점이 웹툰을 경제침체기에 승자로 만들고 있는 겁니다.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다른 콘텐츠 부문보다 강점이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전개와 같은 다이나믹한 연출의 그림. 통상적으로 일반 영상물에서 찾기 힘든 만화 같은 스토리, 젊음이 뿜뿜 뻗치는 신세대만의 언어, 현재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듯한 현장성, 독자와 바로바로 소통하며, 심지어 이야기와 그림의 전개까지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소통력.이런 매력들이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독자들을 웹툰에 빠져 들게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저렴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웹툰이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한편의 웹툰을 만들기 위해, 정말로 많은 제작진들이 참여하여 시놉시스, 시나리오, 채색, 배경, 연출 등의 일들을 나눠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천쪼가리가 적게 들어서 미니스커트를 입는 다고 해석했지만, 사실 비싸고 귀한 패셔너블한 미니스커트가 많고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즐거움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죠.
지금은 어려운 경제에 저렴한 가격이란 이유로 총아를 받고 있는 웹툰이지만, 경제가 좋아지는 언젠가에도 우리들 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좋아하는 웹툰이 될 것을 믿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