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이 일상화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는 전인미답의 혼란을 가져왔다.

건설 물량 확대 등 국가 주도의 양적 성장정책은 수급 불균형만을 야기하며 지속가능성 면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보호무역주의, 금리 인상 등 하방압력을 높일 불확실성도 부쩍 늘어나면서, 경제 주체들은 기존의 전략으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와 맞물려 함께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는 질적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셈이다.

이에 글로벌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분석,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열을 올렸다. IT 기업뿐 아니라 GE, ABB,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제조업들도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연결성’에 기반한 ‘데이터’였다. 단순히 제조현장에 필요한 기기를 만들어 판매했다면, 이러한 기기들에서 데이터를 추출·분석해 기기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과 솔루션을 만들었다.

GE의 산업데이터 플랫폼인 프레딕스, 지멘스의 ‘마인드 스피어’,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에코스트럭처’는 고객이 보유한 설비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유지‧보수성을 높여 기기 수명을 늘려준다.

ABB 역시 고객의 본사 및 생산시설을 연결, 고객 자산 관리 전반을 지원하는 ‘ABB 어빌리티 협업운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센터에서 바다에 떠 있는 여러 대의 선박에 장착된 ABB 어빌리티를 통해 선박의 상태를 모니터링, 다음 항구에서 취할 조치를 안내한다.

친환경 시대에 맞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도 지속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계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산업환경의 변화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데이터를 주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는커녕 스마트팩토리 도입조차 두려워한다.

또 미래 먹거리 개발도 ‘돈’이 있어야 한다며, ‘SOC 예산’을 팍팍하게 잡는 현 정부를 탓하기 바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들어,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가드’를 더 올릴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당장 ‘돈 몇 푼’을 쥔다고 해서 미래를 약속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더 뒤처질 수 있다.

국내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미래 수요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꼭 큰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제품에서 소재 하나, 간단한 제조 방식 변경 등 작은 변화만으로도 실현할 수 있는데, 그저 '버티다보면 되겠지'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빠른 5G 도입, 산업환경 내 높은 로봇 밀집도 등 우리나라가 높게 평가받는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먹거리 개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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