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우리나라 전기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누진요금제로 인해 여름철 에어콘 사용에 따른 과다한 전기요금에 대해 일부 전기소비자에게는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핸드폰, 인터넷 등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신요금에 비하면 전기요금이 가정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담은 적은 편이다. 한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전을 포함한 발전사 등의 전력회사들은 최근 사회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전기의 생산과 유통으로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들어 친환경 전기로의 전환을 이행함에 따라 한전에서는 2019년 1분기 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2019년 년간 예상 적자가 2조 4천억원이다. 전기소비자는 여전히 값싸게 전기를 잘 사용하고 있으나 전기회사는 엄청난 적자회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값싸고 질 좋은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값싼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했던 원자력발전, 석탄발전은 친환경 전기로의 전환에 따라 생산이 감축되었고 이에 따라 대체 생산되는 전기는 값비싸게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청정에너지 공급의 측면에서는 친환경전기로의 전환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값싼 전기 공급은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재생에너지 생산의 불확실성(또는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전기 공급 예비력 설비 및 안정화 기술 확보, 재생에너지 확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추가 건설, 그리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REC 등의 정부 보조금 (2018년 기준 약 2.6조원) 등 적지 않은 비용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에 큰 반응을 보인 태양광 발전사업 분야 관심도 증가는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증가, 태양광 설비 설치 증가와 태양광 발전량 증가를 가져왔고, 우리나라 전력수요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 측면에서는 호재일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전력산업계는 마냥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현실이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한 해외수출이 전력산업계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 보여진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에서 현재 전력산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 히타치는 세계적 회사인 스위스 ABB의 송배전 사업(Power Grid) 부문을 인수하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개발도상국의 수요성장으로 전력산업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히타치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국의 주력 원자력발전사업이 침체되고 환경 문제에 따른 화력발전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력 에너지 분야 사업적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하였다. IOT(Internet Of Things)와 같은 정보통신(IT) 기술을 발전사업에 접목하여 전기사용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으로 에너지 사용 효율 향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 제공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생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주로 태양광과 풍력으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설비의 제어 및 운영 고도화에 대한 기술적 진보는 전력산업계 성장동력 확보와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꼭 필요하며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 전력산업계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는 필수이다. 이제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보다는 깨끗하고 품질 좋은 전기 공급이 우선 되어야 할 때이다. 그렇지만 만약 값싸고 깨끗하고 품질 좋은 전기 공급이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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