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 포청천에 비유됐던 청렴 이미지 크게 훼손,
검찰 무리한 수사로 직장 읽고 직원, 가족은 물론 친인척까지 고초
에너지업계 헌신 한순간에 물거품

이상호 전 한국남부발전 사장을 비롯해 남부발전 임원 3명이 4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 최종 판결 결과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김태우 전 남부발전 사장과 심야섭 전 기술본부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검은 2015년 3월 남부발전을 대상으로 고강도 압수 수사를 통해 2008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직원들이 출장 인원과 기간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허위 출장비를 청구했다는 이유로 그해 7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에도 출장비 허위 청구는 개인적 비리가 아닌 상당수의 공공기관에서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유독 남부발전을 상대로 기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고 수사 대상이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가 아닌 힘없는 내부 승진 사장들이기 때문에 이런 지적은 설득력을 얻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구청 공무원들의 허위 출장 역시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이와 관련 검찰의 수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당시 이완구 총리의 부패 척결 지시 때문에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대구지검의 무리한 수사라는 말이 나돌았다. 출장과 관련된 상시 반복적인 사소한 행정 업무는 사장의 결재라인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전 사장은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허위 출장을 자제해줄 것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부발전 출신 첫 CEO였던 이 전 사장은 에너지업계의 롤모델로 신망이 두터웠다. 부패 직원에게는 관용 없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정책을 펼쳐 ‘판관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장 재임 중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남부발전은 공기업 중 유일하게 1등급을 기록해 4년 연속 청렴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태우 전 사장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수사 도중에 불명예 퇴사해야만 했다. 주위에선 억울하다며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고 만류했으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직원들이 고초를 겪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정신적 고통을 감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김 전 사장과 심 전 본부장은 40년 재직하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으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이 전 사장은 꿈을 접어야만 했다. 검찰 수사 중인 후보에게 공천을 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명 모두 30~40년 재직하면서 평생을 전력사업에 헌신했으나 말년에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직원, 가족, 친인척까지 포함된 검찰의 고강도 수사 때문에 주위에 민폐를 끼쳤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들은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전 사장의 출마에 기대가 컸다고 한다. 신입직원부터 시작해서 발전회사 최고위직에 오른 만큼 에너지업계를 대변함은 물론 한국의 에너지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는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

한편 이들 3명 모두 재직 중 청렴성과 도덕성으로 동료와 후배들에게 존경받았던 만큼 검찰 수사 후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겪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울증을 겪고 지병이 악화된 이상호 전 사장은 모교인 울산대학교 전기과에서 후배들에게 에너지 강의를 했으며 김태우 전 사장 역시 부산대학교에서 에너지 강의를 하고 있다. 심야섭 전 본부장은 자회사 대구그린파워 사장 중도하차 후 생활고를 겪으며 지금까지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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