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정 교수의 월요객석)미드웨이 해전에서 배우는 에너지 전환정책
작성 : 2019년 07월 04일(목) 10:33
게시 : 2019년 07월 05일(금)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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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1941년 12월의 진주만 공격으로 대규모 함대 전력을 상실한 미국은 태평양 전쟁 초반부터 막강한 해군력을 가진 일본에 밀렸다. 이 전세가 180도로 바뀌게 된 계기가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이었다. 단 수 십분 만에 침몰한 항모 3척을 포함해서 전투에 참여한 전체 항모 4척을 잃었으며, 250여대의 전투기가 파괴되었다.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일본은 해상전력에 심대한 타격을 잃게 되고, 이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일본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하게 된 원인을 간략히 살펴보면, 첫째 정보 수집력에 있어서 미국와 일본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암호를 85% 이상 해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적의 전략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일본군이 미드웨이 섬으로 향하고 있음도 알았다. 반면 일본은 그러한 정보력이 없었다. 미군이 일본 항모를 먼저 발견해 공격할 수 있게 된 것도 지속적인 정찰과 정보수집 활동 때문이었다. 둘째, 당시 미국의 니미츠 제독에게는 있었지만 일본 해군의 야마모토 제독에게는 없었던 게 있다. 바로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이다. 원래 로마 카톨릭에서 유래된 데블스 애드버킷은 어떤 사안에 대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도록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야마모토 제독이 미드웨이 작전에 돌입할 때 그의 참모들이 일본 해군의 재정비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야마모토 제독은 권력과 지위로 작전을 강행했다. 반면, 니미츠 제독은 의사결정 중간 중간에 참모들이 수집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검토한 작전을 감행했다. 셋째, 파일럿이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고 사기를 북돋우는 환경이 미군에게는 있었다. 미드웨이 해전사를 보면 이와 같은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힘들 정도다.
성공하는 작전이나 정책에는 위에서 언급한 세 요소가 필요하다. 정밀하고도 광범위하게 수집된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의사결정 단계에서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참여구성원에 적절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사기를 돋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정책의 성공도 이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 정책의 성공은 의지로만 달성 가능한 게 아니다. 최종적인 의사결정 이전에 과학적 데이터와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20% 확대 목표, 2040년까지 최종에너지 기준수요 대비 목표수요 18.6% 감축 등 탑다운 방식의 목표가 정해진 다음 하부구조의 이행수단을 모색하는 게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책수립 과정의 현실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하부구조의 역량평가 없이 상부구조의 목표를 정하다보니 사후적으로 과도한 잡음이 생긴다.
그리고 전환정책 수립 과정의 내부에 반드시 데블스 애드버킷이 필요하다. 카톨릭에서 특정인을 성인으로 추대할 때 데블스 애드버킷의 역할은 후보자의 결격여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없이 만에 하나 흠결사항이 발견되면 성인의 권위가 떨어지게 되니 이는 심각한 일일 것이다. 즉, 데블스 애드버킷의 역할은 돌이키기 힘든 의사결정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대규모의 비가역적인 투자가 소요되는 에너지 전환정책에서 데블스 애드버킷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집단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쏠림현상을 막아주고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현장에서 수고하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인정하고 사기를 돋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영화제목처럼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구분하는 정책으로는 세 번째 조건을 달성할 수 없다. 소위 착한 에너지라고 하는 재생에너지도 나쁘게 이용될 수 있으며, 소위 나쁜 에너지라고 하는 석탄도 일본 동경 바로 옆에 위치한 이소고 화력발전소처럼 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참고로,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제로기와 공중전을 벌여 승리에 기여한 전투기 중에는 ‘날아다니는 관’이라는 추한 별명을 지닌 버팔로기도 있었다. 성공하는 작전은 보유한 자산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이는데 있음을 미드웨이 해전에서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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