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준한 한국전기연구원 혁신기술지원실장
지난해 개발한 ‘자가발전 무선온도 진단장치’ 특허 사들인 신생 기업 즉시 상품화.
통상적인 개념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사회적 이슈를 해결
작성 : 2019년 07월 03일(수) 00:01
게시 : 2019년 07월 04일(목)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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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한 전기연구원 실장이 에너지 하베스팅 무선통신모듈 성능 시험 중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학문적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결과물이 상품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배준한 전기연구원 혁신기술지원실장은 개발한 ‘자가발전 무선온도 진단장치’는 즉시 상품화됐을 뿐만 아니라 무명의 신생기업이 비싼 돈을 주고 기술이전을 받았다. 지금 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공동 개발을 통해 양산제품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런 빠른 성과는 통상적인 개념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사회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인생관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변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재 근무 중인 혁신기술지원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및 기술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진성수요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 및 기업 맞춤형 기술전문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발된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하고 기술홍보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에너지하베스팅 무선온도진단 기술’을 신생기업 (주)엘시그니처에 기술 이전했다, 이 기술은 43개 언론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며, 올해 초 한전 변전소와 화력발전본부 납품을 시작으로 현재는 현대일렉트릭 등 수배전반 제조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대량 생산을 계획 중이다.
신생기업에 기술 이전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전기연구원의 브랜드가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 ‘자가발전 무선온도 진단장치’에 대해 쉽게 설명하면?
최근 ▲KT 아현 지사 화재사고 ▲군산 ESS 화재사고 ▲소래포구 변압기 화재사고 ▲9호선 마곡나루 지하철 전기실 화재사고 등을 분석해보면 노후된 전기설비의 장시간 전기과열로 인한 절연성능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전기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력설비의 실시간 온도모니터링이 필요한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유선식 온도센서는 배선 작업시간이 길어서 제조사에서 기피하고, 가역온도 테이프는 저렴한 대신 고전압의 문을 열고 육안으로 식별해야 하기 때문에 적용범위의 제약이 크고, 열화상 카메라의 경우 대상물의 표면 반사조건에 따라 온도 값이 변화기 때문에 신뢰성의 문제 및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제어신호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이번에 개발된 에너지 하베스팅 무선온도진단기는 교류전류가 흐르는 도체주변의 버려지는 자기에너지를 수집하여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온도센서 및 통신모듈의 구동전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반영구적이며, 접촉식으로 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현재 ㈜엘시그니처는 클램프 형과 밴드형 두 가지 제품을 개발하였고, 클램프형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업체 보다 10A 더 낮은 도체에 흐르는 전류가 40A일 때부터 동작을 시작하고, 크기도 절반 수준이다. 한편, 밴드형의 경우는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업체 보다 2A 더 낮은 3A일 때부터 동작을 시작하고, 거의 모든 전기설비에 적용이 가능하다.
고가의 외산 에너지 하베스팅 무선온도 진단장치를 대체하고 ‘국가 전력설비의 전기안전 사고예방 플랫폼 구축’에 기여, 4차 산업에 대응하는 ‘전력설비의 ICT 진단을 통한 인공지능 제어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기대한다.

▶ 특허권을 기업에 이전한 이유는?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의 취득 시간 짧아지고 있어 신기술의 보호가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은 쉽게 모방이 가능하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특허권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전기설비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 때문에 관급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간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NEP, 성능인증, 조달우수, 녹색인증 등 국가 신기술 인증 획득이 중요하다. 이러한 신기술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특허가 필요하다. 때문에 높은 기술료를 받고 특허권을 양도했다.


▶ 향후 연구 계획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과 관련해서는 전기화재의 전 과정(과부하->과열->화재)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류센서, 온도센서 및 가스센서가 부착된 전기화재진단기술과 전력구나 매설된 케이블의 위치 및 내부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하케이블 상태탐지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절감 기술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고주파 유도가열기의 효율 40%->80%까지 2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영구자석 유도가열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판매가격은 기존의 고주파 유도가열기과 동등한 수준이면서 효율은 2배 높이고, 설치 및 유지보수의 편리를 위하여 각 부품을 모듈화하고, 이들을 조립해 시스템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적용효과로는 효율상승으로 연간 1억원 이상의 전기료 절감이 기대되며, 친환경 전기에너지만을 사용하므로 방진, 방폭, 방화 설비가 없어지므로 추가적인 부대비용절감이 기대된다. 또한, 조립식이므로 운전 중 문제발생시 고장부의 모듈만의 교체가 가능하므로 양산라인의 정지시간이 짧아서 생산손실의 최소화가 가능하다.

▶연구원으로써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98년 전기연구원에 입사하자마자 MRI용 초전도자석 과제의 실무책임자를 맡았고, 당시 MRI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국내 초전도산업의 기반이 없었던 상태이어서 재료선정부터 설계, 제작 및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거의 혼자서 밤낮으로 연구하다보니 한 달의 절반정도는 실험실에서 숙식하게 되었고, 스트레스로 검은머리가 흰색으로 변색됐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2002년에 국내 최초로 1.5T급 초전도 MRI를 개발했고, 뇌영상이 모니터에 나타났을 때 다들 환호성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이후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액체헬륨 재응축 초전도 MRI를 개발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기술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연간 1억원의 액체헬륨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안타깝게도 국내 의료계 국산 의료 장비의 기피와 중소기업의 역량부족으로 사업화 문턱에서는 좌초되었지만, 그때 고생하면서 습득한 다양한 경험이 제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지금은 전기, 열, 구조, 재료 등의 이종 분야를 융합한 독창적인 신기술 개발이 가능한 다중물성 전문가가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 삼성전자에서 MRI를 개발해서 삼성병원에서 시험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2000년 초에 MRI 개발에 참여했다면 지금 세계 1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이제 MRI 초전도자석 개발의 전 과정을 경험한 유일한 연구자라는 씁쓸한 현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재현 기자 기사 더보기

mahler@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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