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계 명장 ‘0’, 후배들 따라올 길 만들고파”

“전기공사기술자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지만 수십 년의 역사에 비해 아직까지 명장이 한 명도 없어요. 제가 먼저 그 길을 걸어 선례를 남기고 싶은거죠.”

최대규 한국폴리텍대학 전기과 교수(신성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는 “최근 산업계 최고 기술자를 칭하는 명장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우수 숙련기술자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전국 28개 직종의 약 960개 직종에서 배출된 명장은 633명이다. 이 가운데 전기 분야의 명장은 12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기공사 분야에서는 아직 1명도 명장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명장 자격증을 위한 선행조건인 우수 숙련기술자 자격을 따기 위한 서류 심사에 통과한 바 있다. 아직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감으로써 전기공사업계의 멘토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최 교수에 따르면 명장은 단순히 기술력 뿐만 아니라, 산업계 발전을 위한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가 우수 숙련기술자를 신청하기 위해 만든 서류만 해도 두꺼운 책 3권 분량은 되는데, 명장은 그보다도 많은 문서가 필요하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친 만큼 명장을 보유한 기업은 산업계에서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양한 정책적 혜택 뿐 아니라, 명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의 이름값이 보다 무거워진다는 것.

“전기공사현장을 보면 정말 유능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바쁜 업무와 명장에 대한 인식 부족 등 문제로 명장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분들에게 명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전기공사업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싶다는 얘기죠.”

그는 “먼저 명장의 길을 걸음으로써 업계의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며 “아울러 명장에 합격한다면 전국 전기공사업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애로를 해소하는 한편 제2, 제3의 명장이 나올 수 있도록 컨설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까지밖에 공부를 마치지 못한 그는 친구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이미 전기공사업계에 뛰어들었다. 4학년때 처음 동네에 전기불이 들어온 것을 보며 전기에 대한 관심을 가진 그는 이후 견습공으로 전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40여년간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전기 뿐만 아니라 안전공학, 정보통신공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위를 얻었다.

배움에 대한 높은 열의는 그를 폴리텍대학에서 선정하는 산업영웅에 이름을 올리게 했다. 2015년 산업영웅으로 선정된 그는 현재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명장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준비한 기간만 5년 이상이다. 학위를 취득하는 것부터 쉬운 과정은 하나도 없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룬다는 즐거움이 여전히 그의 등을 떠민다.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신의 일을 즐기는 태도를 가졌습니다. 전기공사업계에도 이 같은 사람들이 필요해요. 이를 통해 단순히 주어진 일만 끝내는 수동적인 기술자가 아니라, 항상 더 나은 시공 방법을 고민할 줄 아는 ‘생각하는 엔지니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명장이 된다면 전국 현장에서 이 같은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앞장서는 게 지금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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