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교수의 등촌광장) 조삼모사, 여름철 전기요금 인하
작성 : 2019년 07월 01일(월) 10:40
게시 : 2019년 07월 01일(월)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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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 대한 논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최소한의 원가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공공요금을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의 팽팽한 상충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08년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른 국제유가와 함께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으나, 정부의 공공요금 규제로 인해 원유・천연가스・석탄을 원료로 하는 한전과 가스공사는 원료비 상승분을 회수하지 못했다.
그 손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됐다. 2008년 9월 국회는 당초 1조 2550억원에서 약 2500억원을 삭감한 1조 40억원의 추경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현재의 집권당이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기・가스요금 재정지원에 대해 “세금으로 공기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한 번 지원하기 시작하면 나쁜 전례를 만든다”, “특히 한전은 25%를 외국인 주주가 소유하고 있다”는 논리로 지원금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2008년 당시의 상황과 2018년 이후 상황의 차이점은 2008년 당시의 원료비 인상이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른 외부적인 요인에 기한 것인 반면, 2018년 이후의 상황은 많은 반론이 있지만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내부적인 요인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가스요금에 대해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돼 연료비 변동에 따르는 위험이 상당히 해소됐다. 하지만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대한 논의만 무성할 뿐 제도화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료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최근 규모가 커지고 있는 한전 손실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찾으라면 원전 가동률 저하를 들 수 있다. 전력 수요는 그대로인데, 저렴한 발전원 가동을 줄이면 반대로 원료비가 비싼 천연가스 발전기를 많이 돌릴 수밖에 없다.
원자력과 석탄의 대체에너지로 신재생을 보급하고 있지만, 신재생은 천연가스보다도 비싼 발전원이다. 신재생이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보조금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기금이나 세금으로 주고 있는 보조금도 요금과 다르지 않다.
80~85%를 유지하던 원전 가동률이 2017년 71.2%, 2018년 65.9%까지 떨어졌다. 한편, 국제 연료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018년 LNG 가격은 2017년 대비 16% 상승했다. 여기에 두바이유, 유연탄 가격도 같은 기간 30%, 21% 각각 상승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한전의 발전원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기요금 결정권자인 정부, 더 정확하게는 정치권이 요금 인상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씁쓸한 것은 정치인들은 위치가 바뀌면 말도 바뀐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민주당의 논리인 공공요금에 대한 세금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한전은 25% 이상이 외국인 주주로 상장된 회사라는 점, 선례가 되어 재정지원이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며 아주 논리적이다. 그런데 집권당이 되니 이런 주장은 까맣게 잊고 당장 표에 유리한 여름철 요금인하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
결론이 눈에 훤히 보인다. 당장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겠지만, 결국은 세금으로 한전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왼쪽 주머니나 오른쪽 주머니나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돼 있다.
그러면서 애꿎은 한전만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방만하다느니, 무능하다느니,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다. 공기업의 비효율 문제는 요금과 별도로 냉정하게 원인을 찾아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정권이 바뀌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 같은 정치적 위험에 따르는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물론, 공기업 스스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달 21일 한전 이사회가 요금제 개편에 대한 의결을 보류할 때만 해도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이사회는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사들이 배임죄는 피했지만, 공기업 이사회의 한계는 그대로 노출시켰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기요금 갈등에 대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앞세우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면서 전기요금은 인하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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