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교수의 월요객석) 에너지전환에서 산업적 관점을 견지하자
작성 : 2019년 06월 27일(목) 10:12
게시 : 2019년 06월 28일(금)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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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른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작년에는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72%로 초과 달성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30∼35%로 설정하여 재생에너지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에너지 자립화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러하기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해왔다. 또한 REC의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규모의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2015년 37TWh→2017년 47TWh) 및 발전량 비중(2015년 6.61%→2017년 8.08%)은 모두 크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동 기간 동안 신재생에너지 기업체수는 473개에서 438개로 7.4% 줄고, 매출액은 11조3151억원에서 9조5453억원으로 15.6% 감소하였다. 고용인원은 1만6177명에서 1만3297명으로 17.8% 줄었는데, 태양광 및 풍력만 놓고 보면 각각 13.5% 및 24.8% 감소하였다.
태양광 모듈의 국산화율은 2014년의 82.9%에서 2017년 73.5%, 2018년 8월 기준 61.5%까지 떨어졌다. 또한 태양광 셀, 모듈, 인버터 모두 국산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5년 투입산출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부문의 총산출 대비 임금 비중은 6.1%로 화력발전의 7.0%에 비해 낮다.

재생에너지 보급 및 투자는 늘어나고 RPS 이행에 따라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데, 오히려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생태계는 악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왜 이렇게 되었는가? 시장 자체는 급격하게 확대되었지만, 국내 태양광 및 풍력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의 경우 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가격 경쟁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진다. 풍력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 외산제품에 크게 뒤져있다. 특히 해상풍력의 기술력이 크게 취약하여 외산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WG 그룹은 작업을 시작하면서 에너지전환의 정의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활발한 논의를 하였다. 그때 에너지전환이란 재생에너지의 단순한 보급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산업을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일자리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국산화를 고집하는 것은 국수주의에 불과하다는 등의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가 전제되지 않은 단순한 보급 확대는 결국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누구를 위해 에너지전환을 하느냐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민 대다수는 죽쒀서 개주는 방식의 에너지전환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에게 산업적 관점이 부족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재생에너지 강국이었지만 보조금을 통한 보급 확대에만 서두르다가 자국내 태양광산업이 붕괴된 일부 유럽국가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산제품에 대한 우선구매제 또는 보조금 지급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모두 세계무역기구(WTO) 통상규범 위반 소지가 크기에 도입이 쉽지 않다.

기술이전을 전제로 프랑스에서 KTX를 들여와 국산기술로 KTX-산천을 개발한 전례, 기술력을 갖춘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의 사례 등을 벤치마킹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어렵다면, 적어도 해외기업에게 국내에 대규모 재생에너지설비 생산기지를 갖추도록 요구해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라는 떡고물을 만들고 해외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에서 보급속도보다는 산업적 관점의 견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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