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 수임료, 십수년간 제자리 수준…저가경쟁 악순환 반복돼"
"특허분쟁 겪은 기업들 자생력 길러야"

장인석 자주특허법인 변리사가 본지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장 변리사는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겪고 나면 이에 대해 방비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자생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장인석 자주특허법인 변리사가 본지 회의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장 변리사는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겪고 나면 이에 대해 방비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자생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자주특허법인 소속인 장인석 변리사는 2008년부터 전기 및 전자 분야를 전공하며 해당 분야의 특허 분쟁을 다루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사내 변리사로 근무하며 특허를 사오거나 라이선싱 하는 등 특허분쟁의 전문가로 꼽힌다.

▲특허분쟁 유형 중 가장 흔한 사례는 무엇인가.

"보통 특허분쟁은 일정 규모의 매출이 돼야 소권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보고 경고장이나 소장을 날렸다. 때문에 과거 전통대로라면 중소기업들은 회사가 커지기 전에는 분쟁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표준기술을 사용하면 무조건 써야 하는 ‘표준특허’가 이슈 되고 있다. 꼭 필요한 기술이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몸집이 작은 회사도 쓰게 되고, 소권자는 덩치 큰 회사 한 곳에 거는 방식이 아니라 박리다매처럼 작은 회사 여러곳에 소송을 거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소기업은 특허 담당자도 없는데 갑자기 경고장이 날라오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형이 깨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

"4차 산업혁명시대로 대변되듯 결국 기술들이 통합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CCTV의 녹화된 영상을 실내에서 유선으로 봤다. 반면 요즘은 실외에서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술융합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술 부문의 표준에 맞춰 개발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특허에 대한 대비가 안된 채로 분쟁이라는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허분쟁에 약한 이유는.

"우선 일단 인력이 문제다. 작은 회사는 출원 관리를 해야 되는데, 잘 내지도 않고 특허 전담 인력을 두기도 힘들다. 또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연구개발 비용부터 줄이는데, 그 안에서도 제일 먼저 특허 비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 이면에는 특허를 보험처럼 여기는 인식이 있다. 문제가 제기되고 나서야 필요해지는 거다. 특허를 출원하려면 결국 돈이 들어가는데 특허를 출원한다고 해서 언제 효과를 볼지도 모르기 때문에 특허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것이다. 특허소송비용이 적은 부분도 한몫 한다. 미국의 경우 특허 뿐만 아니라 기업간 분쟁이 숱하게 많은데 배상액이 매우 크다. 때문에 특허 없이 무방비로 사업해서 망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큰 회사들끼리 분쟁이 붙어도 제일 큰 게 몇 십억 정도다. 국내에서 특허 출원했을 때 실제 분쟁이 나는 걸 보면 몇천만원정도에 그친다. 괜히 언제 제기될지 모르는 특허 출원에 몇백만원을 투자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어떻게 특허분쟁을 대비하나.

"외국은 특허에 대한 인식이 워낙 잘돼있다. 스타트업들은 특허 출원에 들일수 있는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 받은 돈의 절반까지도 특허를 출원에 쏟기도 한다. 우리도 지적재산권(IP)을 담보로 하는 금융이 활성화해야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IP담보 대출이라고 해도 결국 부동산처럼 실제 유형의 자산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은 지적재산을 진짜 재산으로서 인식하기 때문에 거래와 담보가 활발하다. 작은 회사도 특허가 있다면 이를 기초로 사업할 수 있고 투자받기도 수월하기 때문에 특허에 대해 민감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나.

"한국은 변리사나 변호사가 일하고 받는 수임료가 굉장히 낮다. 십수년간 제자리다. 미국에서는 특허 한건에 대리인 비용이 1000만원 정도 들고, 등록까지 억단위가 드는데, 우리는 대기업도 한 건에 백단위 정도다. 특허는 전문가가 얼마나 시간 들이고 신경 쓰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진다. 회사가 손해배상액이 작다고 투자를 안하고, 당연히 변리사에게 들이는 돈도 아까워하니 변리사는 저가경쟁을 하게 된다. 퀄리티가 높아지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특허법이 개정됐는데, 손해배상액을 증액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 포함됐다. 특허권 침해를 알면서도 침해하면 손해배상액의 3배 이상을 물리게 하는 것이다. 기대가 많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특허에 대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좋은 제도다. 문제는 특허와 관련된 소송을 겪고 나면 기업이 비용을 들여서 필요한 수준의 전문가를 고용하든 채용하든 용역으로 하든 방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자생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 당장 급한 불은 껐고, 회삿돈도 들이지 않았으니 사태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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