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없음의 대가–전력산업은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
작성 : 2019년 06월 24일(월) 08:27
게시 : 2019년 06월 25일(화)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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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한전은 기업이다. 주주가 존재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더욱이, 한전은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상장기업이다. 발행주식의 일부는 ADR(American Depository Receipt)이라는 금융기법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한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기업이면서도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준(準) 주식회사인 것이다.
한전이 기업이기에 그리고 주식과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주식회사와 동일한 재무적 속성을 가지기에, 한전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가능성과 기업가치는 재무적 수익구조에 좌우된다. 또 자금조달의 성패와 조건은 투자자의 신뢰도에 달려 있다.
한전은 모든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여 거의 모든 전기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독점 사업체이다. 한전의 실패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 양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전력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사건이다. 그와 같은 한전이 지금 재무적 어려움에 크게 신음하고 있다. 오랫동안 시정되지 않고 있는 전기요금체제의 구조적 왜곡에서 비롯된 한전의 재무악화는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와 더불어 한국 전력산업 또한 체제붕괴의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만약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신속하게 취해지지 않는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한전의 재정파탄과 전력산업의 동반 몰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 과정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우선 한전은 지속적 재무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신주 또는 사채의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을 시도한다. 그러나 전기요금체제의 왜곡으로 인해 한전의 채무상환능력과 수익창출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가 크게 악화돼 있는 이상, 자금조달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금을 공여하겠다는 투자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상당한 고금리를 대가로 요구할 것이다.
이에 한전은 정부에 대하여 대규모 출자를 통한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정부 또한 재정악화를 겪게 될 경우 대규모 출자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할 것이다. 기존 주주들은 원인제공자인 정부가 저가 신주인수를 통해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에 대해 법적 반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의 지원은 전력산업을 둘러싼 여러 정치쟁점과 결부되어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자금조달에 성공하지 못한 한전은 채권자들로부터 강한 도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자금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어버린 한전으로서는 급기야 발전자회사 지분 등 보유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정산조정계수에 의해 발전자회사의 수익이 결정되는 현행 전력도매시장 가격결정체제 하에서 발전자회사의 기업가치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며, 한전은 배임이나 국부유출 논란을 무릅쓰고 헐값 매각을 하지 않는 이상 발전자회사 지분을 매각할 수 없을 것이다.
드디어 한전이 유동성 고갈에 직면하게 되면 발전회사에게 전력거래대금을 적기에 지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응해 발전회사는 전력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게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총체적인 붕괴과정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완성을 통한 전력시장의 정상화 방안이 추진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력산업의 대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력당국과 전력산업계가 어떤 정치적 압력도 극복하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하루빨리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고 전력산업을 개편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피한 채 임기응변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기존 관행만을 되풀이한다면, 머지 않아 그러한 용기 없음의 대가를 치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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