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에서 운영하는 모임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업종이 서로 다른 20여명의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최근 모임에서 이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하나같이 매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줄어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최근의 경기침체가 조명 등 전기업종과 건설 등 일부 산업의 문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모 조명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 대표는 시장침체가 심상치 않다고는 느꼈으나 이처럼 전 업종에서 문제가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했다. 자신도 요즘 매출이 줄어 걱정이라며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9년 6월)’에 따르면 지난해 2만1213개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단위: 배)은 5.9로, 전년(6.3)보다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채무상환력 지표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한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7.5로, 역시 전년(8.0)보다 하락했다.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 상승했던 흐름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등으로 호황을 누렸던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4.6까지 떨어진다.

우리의 관심사인 중소기업의 경우 2.5를 기록, 재작년(2.9)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3년래 최저 수준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특히 심각한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전체의 32.1%에 달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0년 이후 최대치다.

쉽게 설명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런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진 것은 수익성은 줄고, 차입비용은 늘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사업을 했는데, 이익은커녕 빌린 원금의 이자도 갚지 못할 상황이라면 계속 사업체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괜찮으니까 희망을 가져달라”는 청와대 고위 인사의 말은 솔직히 기업 사장님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반기엔 성장률 2%대 중후반 수준이 회복될 것”, “우리 경제는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과 더더욱 괴리감이 있다.

우리 경제의 실정에 대한 정부와 기업 현장의 인식차가 너무 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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