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입게 될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한전 이사회가 배임 우려 탓에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할 수 없다고 맞서자 위법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시행할 전기요금 누진제의 핵심은 매년 여름철(7·8월) 누진제 구간을 확대해 1600만가구의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원 낮춰주는 것이다. 누가 봐도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 정책은 시행하는 순간 한전은 해마다 25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요금 포퓰리즘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야당 때 목이 아프게 부르짖던 정당들은 여당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같은 전철을 되밟는다. 그때마다 국민의 부담 완화를 볼모로 삼는다.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오르내리는 현실은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에 손을 벌렸던 이유는 공기업 부채 때문이었다. 당시 한전의 부채는 100억 달러가 넘었고, 대다수의 공기업들의 부채도 이에 버금갔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이자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손을 벌린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또 같은 길을 향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2000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63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대로 가면 한전의 영업 손실은 2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현 정책을 고수한다면 한전은 해마다 3000억 원에 가까운 추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뭐하는 짓인가. 시장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시장도 자정능력을 발휘하고 선순환구조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그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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