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 사외이사들이 선듯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 듯
지난달 대법원 회사에 손실 끼친 사외이사들에게 손해배상 판결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 여론을 수렴하고 있지만, 개편 여부를 결정하는 한전의 이사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오는 21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전 내부 분위기를 보면 이사회에서 한전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개편안이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진제 TF가 공개한 3가지 개편안은 모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보장한다. 가장 유력한 ‘하계 누진구간 확대안(1안)’으로 결정될 경우 한전이 떠안아야 할 손실은 최대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전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결정을 사외이사들이 선 뜻 하기에는 책임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달라진 사외이사들의 위상 및 책임 범위 때문에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전처럼 정부 정책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는 사외이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전에 2조원 규모의 신산업펀드 출연을 강요한 적이 있다. 당시 사외이사들이 ‘한전이 자금을 출연할 이유가 없다’며 반기를 드는 바람에 3차례의 이사회를 열어 간신히 5000억원을 출연했다. 5000억원 출연도 조건부로 결정됐다.

당시 이사회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사외이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사외이사들도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결정이 안됐다”고 회상했다.

실제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결정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책임은 한층 무거워졌다. 최근에는 사외이사들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면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다.

지난달 16일 대법원은 2012년 태백시가 출자해 건설했던 오투리조트가 경영난이 심해지자 태백시가 강원랜드에 오투리조트의 운영자금을 대여 또는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당시 150억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했다는 이유로 최흥집 전 사장 등 전직 사내·사외이사 9명에게 150억원의 손해를 배상토록 결정했다. 법원은 결의를 주도한 자는 20%, 나머지는 10%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강원랜드는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해 기부함으로써 강원랜드에 15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2014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 이사회는 7명의 상임이사와 8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누진제도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하게 되면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인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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