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원전을 대폭 줄이고, 현재 7.6% 정도인 재생에너지를 최고 35%까지 늘리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탈원전을 선언한지 2년 만에 정부가 에너지 정책 최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 '탈원전 대못'을 박은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5년마다 계획을 수정하는 국가 핵심 에너지정책이다. 상황에 따라 소폭의 수정은 있지만 골격을 바뀌지 않는다. 법으로 따지면 에너지 분야의 헌법인 셈이다.

우려되는 것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무려 35%나 된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21년이 남았으니 매년 약 1.7% 이상을 계속 지어야 가능한 수치다. 2년 전인 2017년 정부가 만든 '재생에너지 3020'에서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20%였는데, 10년을 더 연장하면서 35%로 대폭 늘린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원전 비율은 생략한 채 지은 지 40년이 된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새 원전도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원전을 점진적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확정한 2040년 재생에너지 35%는 에너지업계에서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회자되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3차 계획은 에너지 현황을 도외시한 채 탈원전과 탈석탄에 초점을 맞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들 역시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만 늘리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17% 정도로 보고 있다. 올 초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회사 우드매켄지 분석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7% 정도로 전망했다. 이 정도가 경제규모와 대외상황을 고려한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활용률이라는 것이다. 다소 공격적으로 잡아도 2030년 20%를 넘어서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은 전력 등 에너지에 있어서 섬이나 다름없다. 남북이 나뉘어져 있는 현실에서는 유럽처럼 전력 교류는 불가능하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잠시 장밋빛 무드가 돌기도 했지만, 남북이 전력을 교류하거나 북한을 거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한다는 것은 사실상 신기루와 진배없다. 설사 남북 간 전력교류가 현실화된다 해도 전압과 설비 등 전력 인프라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물론 현재로선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국민적 진통이다. 진통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진통이 에너지원과 지자체 그리고 국민적 갈등으로 비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주력으로 꼽고 있는 전력원은 태양광이다. 그러나 태양광의 최대 단점은 간헐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묶어 놓았으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등 유럽 소국의 예를 들어 ‘소용량 발전을 분산해 건설하는 것이 대세’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한계가 분명해 우리나라 같이 수출산업 위주의 국가에서 채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방식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어지간한 에너지원이 전기로 바뀌면서 전기의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데도 규모와 간헐성이 증명(?)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기형적으로 높이는 계획을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침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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