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일어나보니 꼰대가 돼 있었다.”

많은 선배 세대가 처한 입장일 것이다. 예전 같지 않게 말하기도 조심스러워졌다. 편하게 던진 농담은 아재 개그로 전락하고, 친근함을 표현하려고 던진 말에 후배는 정색한다. 나름 소신 발언이라도 할라치면 예외 없이 ‘꼰대’ 취급당하기 일쑤다. 그동안 꼰대라는 말이 이토록 널리 쓰인 적이 있었을까? 그야말로 우리는 ‘꼰대 과잉’의 시대에 사는 것 같다. 어느 날 특강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간호사께서 조심스레 질문했다. “후배들이 선배와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는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필자는 “먼저 인사하세요.”라고 짧게 답했다. 함께 했던 젊은 간호사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질문한 분의 어색한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그 순간 그 간호사를 꼰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선배 세대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그 시기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짐작건대 선배가 던진 농담이 아재 개그 취급받는 일이 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나름대로 대화 분위기를 띄우는 필살기로 통했던 농담이 어느 순간 아재 개그로 전락해 싸늘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사이다랑 콜라랑 참 친한 사이다.” “참외를 먹으니까 참 외롭네.” 필자가 강의 때 활용하는 영상에 등장하는 아재 개그이다. 한 번은 이 영상을 보던 베이비붐 세대 임원께서 진지한 표정으로 “저거 웃기지 않아요? 난 웃기는데.”라고 했다. 선배 세대 중에는 아재 개그가 철 지난 농담 취급을 받는 게 낯설고 꺼림칙한 이도 있다. 물론 아재 개그가 홀대받을만한 이유도 있다. 문화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권력 관계도 변했기 때문이다. 아재 개그는 변화 속도를 좇지 못하고 후배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기득권을 지닌 선배 세대에 대한 반항과 풍자가 내포되어 있다.

아재는 억울하다. 아줌마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한때는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젊을 땐 “싸가지 없다”는 소리도 들었었다. 단지 세월의 속도에 순응해 주름이 늘고 근력이 달리고 흰 머리가 세고 눈이 침침해졌을 뿐이다. 빠른 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후배 세대보다 좀 어색할 따름이다. 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몇 명인지 이름이 뭔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는 무관심한 지 오래다. 하지만 선배 세대도 댄스 가수의 춤을 따라 하고 매주 빌보드 차트를 순위대로 꿴 적도 있었다.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를 양육하느라 챙길 여유가 없어졌다고 하면 핑계일까? 새로운 트렌드나 신조어가 생소하고 젊은 세대가 드나드는 핫플레이스(명소)는 낯설다. 온라인 소통은 느리고, 세련되지 못하다.

이제껏 이전 선배들이 누리던 혜택을 기대하며 삶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젊은 시절을 희생했다. 하지만 막상 이제 그 직급이 되었어도 선배 세대가 누리던 기득권은커녕 꼰대라고 기피하며 후배 직원이 같이 식사하는 것도 꺼리고 은따(은근한 따돌림)까지 당하기도 한다. 이젠 트로트 음악을 부르기도 어색하고 방탄소년단이나 세븐틴의 노래를 부를 수도 없다. 몸과 마음은 여유 있는 아날로그가 편한데 디지털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갈수록 따라가기가 버겁다. 선배 세대는 과거나 현재 어디에도 마음을 두기가 어렵다. 한번은 강의가 끝나고 대화를 나눴던 한 학습자는 낀 세대이자 꼰대가 된 자신의 모습을 ‘낀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낀대는 주로 X세대다. 곧 중년에 접어드는 80년대 밀레니얼 세대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왜 꼰대가 되었을까? ‘어쩌다 보니 꼰대가 되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질문부터 던져봐야 한다. “나는 후배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가?” “나는 후배에게 배우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고정관념과 기득권을 버릴 수 있는가? 꼰대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듣지(Listen) 않는다. 꼰대는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둘째, 배우지(Learn) 않는다. 꼰대는 배우기 보다 가르치려 든다. 셋째, 버리지(Leave) 않는다. 꼰대는 기득권과 지위를 의지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의도적으로 편안함보다 불편함에 직면해야 하고 익숙함보다 낯섦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꼰대가 되게 마련이다.

“I go doll get day!” 무슨 뜻일까? 어느 날 베이비붐 세대 한 페친께서 당신의 대학 동창 단톡방에서 150개가 넘은 댓글이 쏟아질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퀴즈라고 한다. 감이 오지 않는 분을 위해 힌트를 드리자면, ‘경상도 영어’이다. 이 퀴즈에 피식 웃는 사람은 과연 꼰대일까? 아닐까? 꼰대를 규정 짓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것들> <첫 출근하는 딸에게> 저자,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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