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자유화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활성화 필요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서구사회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념으로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전 세계의 정치 사회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서구의 개항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1868년 시작한 일본의 메이지 시대의 개혁 개방도 산업혁명으로 정의할 수 있고, 이는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알 만한 사실들이다. 일본이 1901년에 생긴 서양식 제철소와 함께 중공업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10년 후 한일합방으로 식민지가 된 조선사회의 경직성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후 150여년이 지난 현재, 지난 40여년을 뒤돌아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기시감이 든다. 서구사회에서 전기에너지 공급체계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에 기인한다. 석유에 의존하던 에너지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과 재생에너지 개발의 계기가 됐다.

새로운 기술 개발성과로 소형 가스터빈 발전기가 경제성을 가지게 되자, 기존의 대형 발전회사 위주의 발전사업 분야에 소액자본으로도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 자유화의 요구가 거세지게 됐다.

이에 따라 송전망 개방을 법적으로 허용하게 됐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력산업의 자유화로 이어지게 됐고 전력에너지는 경쟁에 의한 생산과 판매의 시대가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시장체제하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50년 CO2 80% 삭감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를 주 전원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10개의 민간전력회사에 의해 지역독점으로 운영되던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전력회사의 반대에 부딪혀 제한적인 소매시장자유화 수준에서 그쳤다. 2000년에 2000kW 이상의 특별고압 고객에 대해서, 그리고 2004년 2005년에 걸쳐 50kW 이상 고압 고객에 대한 전력소매자유화를 실시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기의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전력 산업 체제를 미국, 유럽과 같은 전력거래 자유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전력소매에 대한 전면자유화가 이뤄졌고, 2020년부터는 송배전 회사와 발전회사를 분리해 발전부문에서도 경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원 측면에서 보면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2018년 7월 발표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유럽과 같이 2050년 CO2 80% 삭감을 목표로 재생에너지를 주력전원으로 하기 위한 기본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1월 시점에서 450개의 신규 시장 진입자가 등장해 전기와 가스, 전기와 휴대전화 등 세트 할인 방식, 포인트 제공 서비스 등 다양한 요금 플랜이 등장하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이후 시장 기반의 자유로운 거래체제로 진화하지 못하고 한전의 판매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RE100 달성을 위한 PPA 등은 자유로운 전력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생에너지의 보급 촉진에 기여하는 사례가 많으나 판매독점이 유지되는 국내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높은 우리는 재생에너지가 신속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내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할 일은 빠른 시일 안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제도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력거래의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규제의 철폐가 아니라 거래 자유화를 위한 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 편익의 문제를 넘어 에너지안보나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전력당국의 이해와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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