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출범했지만 원자력계는 물론 시민단체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 출범부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에너지정책 중 가장 폭발력이 큰 정책으로 꼽히며, 기피대상 1호 정책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값싼 원자력의 특혜를 고스란히 누린 현재의 세대가 꼭 해결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어느 특정 집단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미래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만들어 놓는 것이 의무다.

왜냐하면 각 발전소는 이제 발전을 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더 이상 발전소 구내에 쌓아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한빛원전 고리원전은 2024년이면 포화된다. 다른 원전도 2030년을 전후해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큰 숙제다. 사용후핵연료는 안전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며 보관이 수만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잘 보관해야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런 대 원칙을 기본에 두고 지난 2013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출범했는데, 그때부터 위원회 구성을 두고 잡음이 많았다. 당시에는 위원장의 자격을 놓고 환경단체에서 공정성을 문제 삼았는데, 재검토 위원회 위원의 참여 범위를 놓고 또 적합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재검토위원회 출범 규탄 입장을 전하며 정부가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원전지역, 환경단체, 원자력계, 갈등관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지난해 5월~11월까지 6개월간 운영했다.

당시도 지역의견 수렴 범위, 논의순서, 재검토위원회 구성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과 반대, 불참으로 이어진 ‘사용후핵연료 처분 결정 과정’ 은 앞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듯하다.

하루빨리 처분방식, 처분장소 등을 결정해도 부족할 판에 이렇게 회의 문구하나, 참여 인원 한 명 한 명의 자격을 두고 싸우는 것이 국익과 미래세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아니면 내가 속한 진영의 이익 때문인지 고민이 된다.

31개 원전 운영국 가운데 중간저장 시설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뿐이다. 세계 최초로 영구저장 시설을 확보한 핀란드와의 사용후핵연료 대응 격차는 하늘과 땅 수준으로 벌어졌다.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는 수만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할 사안이다.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진영의 주장만 앞세우는 쪽은 무슨일이 있어도 배제해야하며, 재검토위원들도 전문성을 확보해 최적의 결정이 되도록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루하게 반복됐던 발목잡기는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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