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빈 한국동서발전 건설처장

산을 수놓는 화려한 꽃과 푸르게 돋아나는 새싹보다도 먼저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는 신호가 하나 있다. 앉으나 서나 쏟아지는 졸음, 바로 춘곤증이다.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으로 발생하는 피로감인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 필자는 이맘때가 되면 봄나물을 찾아 먹는다. 달래, 씀바귀, 더덕, 냉이 등 땅속에서 겨울철 찬바람을 이겨낸 봄나물은 맛과 영양분이 가득한 봄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냉이는 맛과 향 모두 단연 최고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신진대사를 돕고 미세먼지로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켜 준다고 한다. 냉이는 대표적인 뿌리식물이다. 뿌리식물은 잎을 틔우기 전 모든 영양소를 뿌리에 비축해준다고 한다.

근고지영(根固枝榮) 이라는 말처럼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해진다. 국가경제의 뿌리를 건실하게 만들기 위해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동서발전은 동반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반성장 사업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보유자원을 활용하고 협력하여 윈윈(Win-win)하는 성장방식으로 특히 취약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언젠가 지인이 “왜 공기업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나? 공기업에 득도 없이 중소기업에 퍼주기 만하는 사업 아니냐”고 질문했다.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발전소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수만 개의 설비로 구성돼 있다. 설비 중 하나라도 품질불량으로 고장이 발생되면 전력공급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고 국민과 국가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발전설비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품질향상은 곧 발전설비 신뢰도 향상 및 이익창출과 직결 된다. 즉 발전회사는 원가절감과 설비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중소기업은 기술력 향상과 함께 수익증대를 가져오는 윈윈사업인 것이다.

공기업에서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What)을 왜(Why), 어떻게(How) 할 것인가’이다. 먼저, 무엇(What)을 할 것인가?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듯이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동서발전에서는 중소기업협의체, 조선기자재협의체, 여성기업협의체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발전회사의 본업과 연관된 사업을 도출했다. 창업지원 및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 연구개발 지원사업, 판로개척사업, 스마트팩토리 사업 등 20여개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로는 왜(Why) 해야 하는가? 공기업의 경영목표 및 경영전략과 연계되어 있는,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동서발전은 회사의 전략방향인 ‘발전사업 경쟁력 강화’와 발전설비 부품국산화 개발을, ‘친환경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신재생 및 친환경 기술개발을, ‘사회적 가치 실현’과 중소기업 역량강화사업 등을 연계하여 추진하였다.

마지막으로, 어떻게(How) 지원할 것인가?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일시적 성과를 위한 지원은 중소기업에게도 공기업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이익만 고려하기 보다는 국가적 이익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판로개척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서발전은 중소기업 개발제품 시범설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위하여 지난 2011년부터 137건의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자재를 발전설비에 직접 적용하여 실증 할 수 있도록 Test-Bed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동서발전은 발전설비 부품 국산화로 정비비용 절감과 신속한 부품조달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중소기업은 이 실증 실적을 가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판로까지 개척하여 매출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충분한 물과 햇볕을 받은 식물은 튼튼한 뿌리를 바탕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동서발전의 동반성장 사업을 통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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