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으로 압축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추진된 지 횟수로는 3년, 만으로는 2년이 돼 간다. 이 정책의 중심에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0년 20%로 급격하게 높이는 소위 ‘재생에너지 3020’이 있다. 3020 발표 당시,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거나, 목표는 단지 목표일 뿐과 같은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에너지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은 2989MW(신재생에너지 보급은 3078MW)로 3020 전환 계획의 목표를 72%나 초과 달성했다. 회의적인 여론의 우려 속에서 달성한 2018년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은 그 의의가 매우 커 보인다. 첫 단추는 잘 꿴 셈이다.

2018년 한해 동안의 태양광 보급량은 2027MW로 이는 지난 20여년간 누적 보급된 용량( 5835MW)의 35%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1MW 미만의 중소형 태양광이 작년 신규 보급의 80%를 상회한다고 알려져, 분산형 시스템의 구축에도 상당 기여했다. 2018년 태양광 중심의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은 2016년 지난 정부가 1MW 이하의 신재생에 대해 무제한 망 접속을 허용한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공격적인 3020 보급 정책이 결합돼 빛을 발한 결과다. 2019년 1분기 재생에너지 보급량도 701MW(태양광 615MW) 수준에 이르고 있어 재생에너지의 본격적인 보급에도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태양광의 접속 대기 물량이 10GW를 훨씬 상회한다고 보고되고 있어 물량의 확보는 낙관적으로 보인다. 반하여 풍력의 신규 보급은 168MW에 거쳐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이다.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풍력의 3020 목표 달성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태양광의 시장 보급만큼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세계 전력시장 신규 투자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145GW(태양광 97GW, 풍력 48GW), 화력 124GW(석탄화력 65GW, 천연가스 56GW, 유전소 3GW), 원자력 3.3GW로 분석됐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의 비용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17년 신규 태양광발전의 균등화 발전비용(세계 평균)이 0.1$/kWh(120원/kWh 내외) 수준이며, 이는 2010년 대비 73% 하락한 수준이라 발표하였다. 가장 빠르게 비용이 하락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며, 이는 모듈 가격 하락과 경매제도 도입 등이 주된 요인이라 한다. 최근 중동 및 북미의 글로벌 태양광 경매 가격이 3₵/kWh(36원/kWh 내외)에서 최저 2₵/kWh(24원/kWh 내외) 수준까지 낮아지고 있다니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 물론 우리나라의 신재생 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평균 170원/kWh 내외에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태양광의 경우, 과거 700원/kWh 이상에서 이 정도까지 떨어졌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주력 전원이 되기에는 여전히 비싼 것이 사실이다. 2018년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약 2조6000억원, 이 가운데 태양광이 약 1조1771억원을 차지한다고 정유섭 의원이 산업부 자료를 기반으로 밝힌 바 있다. 이 보조금은 보급 지원, 발전차액지원(FIT) 사업 지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금액을 포함한다. 신재생이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보조금 또한 비례적으로 늘고,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을 일부 절감하여, 이를 추가의 재생에너지 지원 혹은 전력부문의 저탄소 혹은 탈탄소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누이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물론, 소비자 부담도 덜게 된다. 재생에너지의 비용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조량, 풍속 같은 자연 조건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설치 가격 등의 투자비(원/kW)가 해외보다 상당히 높은 것은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태양광 공급비용은 모듈, 인버터, 공사비, 인허가 비용, 계통 연계비용, 일반관리비 등 모든 구성 요소에서 일률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하나의 문제에 기인하기 보다는 시스템에 기본 원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 신재생 의무공급량, 즉, 신재생 수요를 과도하게 설정한 것이 중요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또한, 정부, 한전, 혹은 전력거래소와 같은 공공기관이 주체가 되는 신재생 경매제도가 없는 것도 비용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신재생발전 개발사업자는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구태여 비용을 절감할 인센티브가 없다. 즉, 높은 시장 가격이 고비용을 이끄는 양상이다. 공급의무자인 발전사업자도 관련 비용을 기준가격으로 상당 되돌려 받으니 비용절감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한적이다. 소비자, 한전, 재생에너지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까지 하락하기를 기대하는 RE100 잠재 기업 등이 아쉽게 된다.

현재로서는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의무량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니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나 제3의 공공기관이 신재생 부지 혹은 사업을 직접 지정하거나 개발하고, 경매를 통하여 EPC 및 유지보수 사업자를 선정하면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다. 관련 편익의 일부는 지역 주민이나 이해 당사자에게 돌려 줄 필요도 있지만, 비용 절감의 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경매를 통해 확보된 물량은 한전과 직접 전력구입계약(PPA)을 하고, 발전사업자의 의무 물량에서 비례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여건상 정부나 공공기관의 입지 또는 사업 개발이 어려울 경우, 한전이나 RE 100 참여를 선언하는 민간기업이나 이의 대리인 등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확보된 경매 물량을 한전이나 RE 100 선언 민간기업이 직접 전력구입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재생에너지 비용하락을 통한 비중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가급적 빨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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