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영남본부장
윤재현 영남본부장

우여곡절 끝에 원전해체연구소 부산·울산 공동유치가 확정됐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부산서 열린 세미나에서 원전해체산업의 70%는 중소기업이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때문일까. 지난 5월 7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원전해체산업 육성 세미나’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참석자들 대부분 현재 원전해체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보다 참여에 관심을 가지는 지역의 중소기업이었다. 원전해체산업이 아직 미개척 분야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과정의 제염업체 등을 제외하고는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계획은 향후 원전해체시장이 54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고리1호기를 우리 기술로 해체한 후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원전 건설처럼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기술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될까 하는 점과 원전해체 선진국인 미국, 독일 등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한전KPS와 두산중공업을 제외하고는 원전해체산업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에서 원전해체산업 진출 타당성 검토를 위해 미국 현지를 방문했으나 시장 규모가 작아서 포기했다는 말도 나돈다.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을 750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즉시 해체를 한다고 할지라도 10년이 소요된다. 1년에 750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모든 분야를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시장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고리1호기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세계 원전해체시장 549조원을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기업을 설득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의 참여가 자유로운 것이 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작은 시장으로 느껴지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작지 않고 기술만 확보되면 성장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기술력 못지않게 자본력, 영업력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진입금지 업종 선정 때문에 한국에서는 맥도날드와 같은 세계적인 외식업 브랜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도 있다.

독일은 그렇지 않다. 5년 전 통계이지만 세계 2734개인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들 중 독일 기업의 비중이 48%나 된다. 독일이라면 대기업 참여가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없을 것이다. 마이스터 제도를 통한 인력양성, 기술을 중시하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풍토 등 독일과 한국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대기업처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원전해체연구소 부산울산공동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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