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회장 “정부 에너지전환정책, 방향 옳아도 우리나라 불가능”
日 교수, 후쿠시마 축소 발언…원자력학회 “저선량 방사선 정보 전달 취지”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명현 회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명현 회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명현)가 학회 발전 역사를 회고하고 미래 전략을 상의하는 자리를 제주에서 마련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바라보는 학회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했다.

원자력학회는 22~2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명현 회장은 “1969년 3월 8일 원자력학회 창립총회를 가진 이후 50년간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원자력 기술을 배우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베스트 팔로워(Best Follower)였다”며 “초대 회장이신 최형섭 박사님이 지금 이 자리에서 후배들이 이뤄놓은 기적을 보신다면 놀라실 것”이라고 소회했다.

또 김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에 우리 독자 설계 상용로인 APR1400을, 요르단에 연구로인 JRTR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우리 학회지인 NET은 국제적으로 우수한 등급을 받았다”며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50년을 꿈꾸는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원자력계의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 학회가 가져야 할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진취적인 목표 설정을 놓고 산·학·연이 서로 싸울 열정이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생존 문제를 놓고 숨죽이는 처지”라며 “가슴 속 열정을 누르고 주저앉은 원자력 전공 학생들과 원자력계 동료들에게 확신과 소신을 잃지 말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그 방향이 원론적으로 옳다고 해도 에너지 자립의 주축인 원자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미세먼지 문제, 에너지수급 안정성, 전력 복지, 일자리 창출, 저탄소 성장 등을 위해서도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원자력이 기술선도국 자리를 얻은 이상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며 “경쟁국들처럼 제4세대 원전, SMR,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 원전 수출 등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분한 가운데서도 간간이 격정 어린 어조로 인사말을 전하던 김 회장은 “65세 이상 원자력의 발전을 주도해온 원로와 35세 이하 원자력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노고를 치하하자”면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 논란을 언급하면서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참석했다. 정 실장과 주 실장은 원자력 과학기술 개발을 일궈온 주역들과 함께해온 한국원자력학회 50주년을 축하했다.

하야노 류고 도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하야노 류고 도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특별강연에 나선 하야노 류고 도쿄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선적 결과: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Radiological consequences of the Fukushima Nuclear Power Accident: myths and facts)’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하야노 교수는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선 피폭량이 안전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며 “한국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 내용은 하야노 교수가 21일 한국원자력학회가 개최한 ‘방사능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과 같다.

하야노 교수의 이 같은 강연과 기자회견 등이 일본의 방사능 사고 여파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자 원자력학회는 해명에 나섰다.

원자력학회 측은 22일 하야노 교수의 기자회견에 대해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과도한 반응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국내의 현 상황이 안타까워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국민에게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야노 교수 초빙은 순수한 학술 목적으로 올해 1월 기획됐고 하야노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PNAS지 논문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방사성 오염실태를 과장해 알리는 근거로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본인에게 논문 작성 경위와 그간 일본의 상황 변화를 설명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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