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과일인 파인애플이 독일에서 자라겠나” 태양광 회의론서 ... 재생에너지 비중 40% 달성한 비결

“Totally Bright.”(완전 밝을거에요.)

독일 재생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올리버 베켈(Oliver Beckel) 독일 태양광 협회(Bundesverband Solarwirtschaft) 이사는 이렇게 답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그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서도 “독일도 겪은 문제”라고 여유있게 답했다. 뮌헨에서 열린 인터솔라 유럽에서 올리버 베켈 이사를 만나 독일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물었다.

“2005년에, 독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RWE라는 대형 전력회사의 당시 CEO는 ‘파인애플을 독일에서 키우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어요. 열대 기후에서나 파인애플이 자라듯, 독일에는 태양광이라는 에너지원이 전력 시스템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한거죠. 또 당시 재생에너지 비중이 1%에 머물렀는데, 이걸 두고도 재생에너지가 4%만 돼도 전체 계통이 무너질거라 말했고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 논의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는 이유 중 하나는 변동성과 유연성 등 기술적 한계다. 베켈 이사에게 이런 한국에서의 이슈와 독일의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묻자 그는 “독일에서도 걱정이 많았던 문제”라고 공감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40%에 달한다.

“그런데 독일의 현재는, 날이 화창한 일요일엔 55%의 전력을 태양광으로부터 얻는다는 겁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렸지만 충분히 안정적이죠. 한국에서 변동성 등 기술적 문제와 관련한 우려가 나온다는 건 사실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 기술적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에겐 IT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있어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더 생기겠죠.”

그는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사용을 놓고 기존과 다른 방식의 삶의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에서 드는 외부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태양광 FIT 비용은 1kWh당 50유로센트였어요. 당시 일반 전기요금보다 10배는 비쌌죠. 하지만 이제 태양광 발전단가는 1kWh당 10유로센트에요. 대형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4유로센트에 다다랐고요. 무엇보다, 이젠 가정에서 자신의 개인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지금 전기차 충전을 해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때가 됐습니다. 언제 설거지를 하고 전기차 충전을 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알고 결정할 수 있는거에요. 뉴 패러다임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VS 원전' 구도로 에너지가 이념적 대립의 수단이 된 것을 두고도 “‘자신의 뒷마당’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뒷마당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것이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세울 것이냐를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해집니다.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원 세력(power)과 대항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제 분산전원으로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중앙집중화된 발전소는 결국 송전선로 등의 건설을 필요로 하고요.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비용면에서도, 주민들의 생활면에서도 이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는 독일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는 데 모든 주민들이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주민 갈등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당연히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의 이익을 해당 지역 사람들과 나누도록 정부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내는 세금이 마을로 들어가게 하는 거에요. 발전소 주변의 학교와 공원, 수영장에 수익을 나누는 것이죠. 마을주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 이것은 아주 정치적이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독일 내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강력한 것을 꼽으며 이견이 있을 순 있어도 에너지전환에 대한 컨센서스가 마련됐다는 것을 짚었다.

“독일에서도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당연히 있습니다. 다른 목소리가 아예 없을 순 없어요. 그렇지만 더 전반적인(general) 의견은 원전, 석탄을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컨센서스(consensus)가 형성됐어요. 그 이유는 우리가 당장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며, 원전 핵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만일 계속해서 화석연료와 원전을 주장한다면 이는 ‘나는 기후변화도 모르고, CO2 배출도 모른다’라고 하는 거겠죠. 우리는 지금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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