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 재직 시절, 온 국민이 들떠 있던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사랑 글로벌에티켓’이라는 프로그램을 수개월간 제작, 진행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을 찾는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함이었다. 악수하는 법부터, 식사예절, 대화 예절, 엘리베이터 등 공공시설 예절, 교통질서, 영어회화 등의 코너로 구성했는데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어 양식테이블에서 포크와 나이프는 가장자리에 있는 것부터 사용한다든지, 마실 것은 오른편에 있는 것을, 빵은 왼편에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부터 스프를 떠먹는 방법까지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기본 에티켓을 전달했다.

악수에도 에티켓이 있다. 악수는 상대방을 친근하게 끌어당길 수 있고 마음을 열게 하는 인사법으로 정치인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까지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손을 내민다. 악수의 유래는 19세기 황야의 무법자들이 판을 치던 아메리카 개척 시대 때에 시작되었는데 손에 무기가 없다는 표현으로 오른손을 잡으며 ‘당신과 잘 지내고 싶다’는 것을 뜻했다고 한다. 악수를 할 때 한손을 바지에 넣은 채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손가락 부위만 잡지 말고 깊게 잡는 것이 좋으며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손가락 네 개는 붙이고 부드럽게 편다. 잡는 힘의 강도도 중요하다. 손만 살짝 대면서 소극적으로 하는 경우를 데드 피쉬(dead fish)라고 하는데 죽은 물고기를 잡는 느낌처럼 불쾌감을 준다는 뜻이므로 약하게 잡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남자가 여자와 악수할 때에는 살짝 부드럽게 잡는 것이 좋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눈을 맞추는 것이다. 밝은 표정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고 약 2초 정도 잡고 흔들면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본다. 간혹 행사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악수를 하면서 시선은 그 다음 사람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악수도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청하는 것은 실례다. 더욱이 손바닥 안을 긁는 것은 상대방과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신호로 간주된다.

'레이디 퍼스트'라는 개념은 기독교 정신과 중세의 기사도 정신에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은 탓에 자연스러운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식사 테이블에 앉을 때에도 여자가 앉도록 의자를 빼준다. 외국인 강사들이 집회에 오면 “오늘 VIP 한 분을 모시고 왔다”며 자신의 아내를 먼저 소개시키고 강의나 연설을 시작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한국에서는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아내를 소개하면 팔불출같이 느껴지는지 그런 문화를 어색해 한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대화하며 산책하는 모습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문을 드나들 때도 무거울 때는 여성이나 노약자가 지나가도록 남자가 문을 잡아 주는 것이 좋다. 좁은 계단을 올라갈 때는 남자가 여자보다 앞서나, 내려갈 때는 반대로 여자가 앞서는 것이 에티켓이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전부 나온 후 타는 것이 상식이며, 남자는 여자와 어린이, 노약자 다음에 타고 내리는 것이 예의이다. 단 높은 사람이나 연장자와 함께 탈 때에는 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먼저 오르고 내리며 버튼을 누른다. 직장에서야 그렇지 않지만 교회 엘리베이터는 가능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만 이용하도록 한다. 자동차를 탈 때는 여자가 먼저 타고, 내릴 때는 남자가 먼저 내려 짐을 들어준다. 자동차 좌석의 상석은 운전기사가 있을 때는 운전석의 대각선 우측 좌석이고, 차 주인이 운전할 때에는 조수석이 상석이다. 보도를 걸을 때 남자는 언제나 차도 쪽에서 걸어야 한다.

부부간에도 에티켓이 있다. 우리집은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연상이었는데 부모님이 서로 존댓말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왜 그렇게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평소에 존댓말을 해야 싸울 때 말을 조심하게 되어 극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정이 깨지는 이유 중 많은 경우가 함부로 대하거나 말로 주는 상처이니 부부나 자녀에게도 서로를 존중해주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