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의 설문에 따르면 30세 전후의 직장인 중 72%는 자신의 경력과 인생의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일종의 ‘청년의 위기(quarter-life crisis)’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젊은 후배 세대는 직장에서 다른 요구와 기대로 조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선배 세대와 사고와 행동 패턴도 다르다. 선배 세대가 조직 지향, 목표 중심적이라면, 후배 세대는 개인 지향, 경험 중심적이다. 그래서일까? 후배 세대는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파랑새처럼 둥지를 옮겨간다. 조직을 보는 기준도 결이 다르다. 선배 세대일수록 연봉이나 복지 등 금전적인 것과 성취감이 중요했다면, 후배 세대는 공정성, 투명성, 윤리성 등의 가치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조직은 이런 세대 간 차이에 대해 본질적인 인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고객 만족과 성과를 위해 직원을 쥐어짜던 ‘고객의 시대’는 지났다. 진정한 고객 만족을 위해 직원을 잘 대우해야 하는 ‘직원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반응을 분석하는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이 더 중요해졌다. 입사 후 직원의 생애주기에 맞춰 경험의 질과 양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이슈가 될 것이다. 인사 및 리더십 전문가인 트레이시 메이릿과 매튜 라이드는 이렇게 강조한다. “지속 가능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고객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서 조직은 먼저 지속 가능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직원 경험을 창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직원 경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직 내 대세가 된 밀레니얼 세대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서 절반 넘게 차지하게 되면서 기존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선배 세대와 다른 행동 특성을 보이는 그들을 위해서는 동기부여나 일하는 방식 등 조직관리 방식이 직원의 기대를 수렴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을 높이는 접근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직원 몰입도 제고를 위해 연례행사처럼 설문조사를 하고 임시 처방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별반 효과가 없거나 제한적이었다. 조직 주도의 하향식(Top-down) 접근의 ‘직원 몰입’이 요구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직원 몰입의 대안으로 등장한 직원 경험은 직원의 기대를 파악해 갭을 메꾸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기대를 반영한다. 공정성(fairness), 명확성(clarity), 공감(empathy),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투명성(transparency), 책임(accountability)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존은 이상 6가지 직원의 기대사항을 조직의 기대와 일관성 있게 일치시킨다. 그리고 명확성의 결여, 모순, 과장된 예측, 비대칭적인 기대, 기밀,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해 수시로 서로 크로스 체크하고 모니터링한다.

직원의 기대를 충족하는 직원 경험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3가지 환경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물리적 환경이다. 조직은 ‘직원 경험 센터’로써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사무실 환경을 조성하고 업무 공간에 친구와 방문자를 데리고 올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성찰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기술적 환경이다. 직원들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공평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최신 기술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문화적 환경이다. 직원들이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긍정성과 목표 의식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또 직원을 차별 없이 포용하고 관리자가 코치나 멘토 역할을 잘 수행하며 직원의 건강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직원 경험’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에어비앤비(Airbnb)와 아이비엠(IBM)이다. 에어비앤비는 최고 직원 경험 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인사부서 대신 직원 경험 부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직원을 자원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지정된 책상이 없고 사무실의 디자인은 지역마다 다르다. 원한다면 온종일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은 “어디든 소유하십시오(Belong anymore)”라는 회사의 슬로건에 잘 나타난다. 또 IBM은 직원 경험을 인재관리에 도입한 기업이다. 자체 분석을 통해 회사의 고객만족도 점수의 3분의 2는 직원들의 참여도가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데 직원들을 참여시켰다. 예컨대 새로운 학습 플랫폼 설계과정에 밀레니얼 세대 직원과 플랫폼 사용자가 참여해 학습 콘텐츠를 지원하는 ‘라이브 챗 어드바이저’ 기능도 개발했다.

미래학자인 제이콥 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250개 글로벌 기업 중 ‘직원 경험’을 도입한 기업은 일반 조직보다 평균적으로 수익은 4배, 매출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바뀐 경영환경에서 ‘직원 경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