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국민 눈높이’ 바로알기 좌담)국민 10명 중 6명 ‘전기요금은 안 비싼데, 누진제가 문제…’
국민 10명 중 6명이 전기요금 높다고 생각하지만 자원생산국 수준으로 낮아
전기요금 시장에 맡겨야...국민의식 높아져 소통하고 설명하면 이해할 것
전기요금 인상은 과수요 시그널...무시하면 블랙아웃 재현될 것
에너지전환과 전기요금의 정치논쟁화, 안타까워
필수사용량 보전보다는 에너지복지로 접근해야
작성 : 2019년 05월 13일(월) 11:29
게시 : 2019년 05월 17일(금)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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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기관 리얼미터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가량이 현행 전기요금 수준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분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누진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과 ‘숫자’로 나타내지 못한 설문조사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참석자: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사회: 천근영 본지 편집국장

▶최근 여러 전기요금 관련 설문조사에서 현행 전기요금이 비싸다는 의견이 60.1%(지난해 12월), 폭염 기간을 제외한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는 의견이 55.3%(지난 2월)였다. 요금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는 것 같은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응답자의 55.3%가 폭염 기간을 제외한 전기요금 체감수준이 부담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60%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요금인상 시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이 통신요금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전기요금에 대해 생각만큼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 것 같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가계소득 7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중 7.4%가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정부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설문조사 결과가 주택용이라면 일리가 있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보다 한 단계 낮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한 호주,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처럼 자원을 수입하는 국가와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평균단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산업용 요금과 주택용 요금의 차이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통신요금은 가구당 몇십만원 나가는데 비해 전기요금은 여름철 에어컨 가동분을 제외하면 5만원 미만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기요금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외국보다 저렴하고 전기요금으로 인한 부담이 비교적 적다. 그러나 누진제나 산업용·주택용 요금의 차이 등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법적인 이슈가 있다. 누진제를 적용한 전기공급약관이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소송에 2014년부터 1만명 가량 참여했다. 사람들이 과거엔 전기요금을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최근에는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전기요금 할인 대상자 중에 고소득층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택수 대표= 응답자의 9.1%가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29%는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이 중에서 할인 혜택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할인 혜택 대상자 중에서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7.4%가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손자에게도 무상복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그 대목을 떠올리게 하는 응답이었다. 고소득층에게도 할인 혜택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무상복지와는 다른 문제겠지만 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뜨거운 논쟁이 될 부분이다.

강승진 교수=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 대상자는 다자녀가구와 저소득층, 200㎾ 미만 사용자로 나뉜다. 기본사용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200㎾ 미만 사용자에 대해 4000원을 할인해 주는데 이게 큰 문제다. 2016년에 정치권에서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사용량이 높은 구간의 요금을 낮추고 사용량이 낮은 구간의 요금을 올렸다. 그러나 최저사용량 구간에 속한 가구에 대해 일률적으로 4000원씩 공제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고소득층이라도 월 사용량이 200㎾ 이하면 할인받는다. 요금이 내려간 구간은 있는데 올라간 구간은 없는 인기영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필수사용량 보장이라는 개념은 약관에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없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72.4%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동일 대표= 누진제와 관련한 소송 14개 중 13개에서 한전이 승소했다. 아직 2심, 3심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사법부는 전반적으로 전기공급약관에 문제가 있더라도 약관을 무효로 할 정도로 부당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누진제 자체가 소비자의 전기요금 계약결정권을 침해한다거나 전기요금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의식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승진 교수= 누진제는 전기 절약을 위해 만든 것이다.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전기 수요가 몰리면 그 뾰족한 최대수요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최대부하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요금제도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평균전력이 최대전력의 75% 수준인데 선진국들이 65% 수준인 것에 비하면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금까지 공급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유효했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사회가 변하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간과한 수요 평준화 정책이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이택수 대표= 불만이 72.4%면 굉장히 높은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장관 임명할 때 반대가 60%를 자진사퇴, 70%를 넘으면 임명권자가 임명을 철회하는 수준이다. 지난여름이 너무 더웠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에어컨 등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누진제도 개선돼서 전기요금이 인하됐으면 좋겠다는 소비자의 바람이 반영된 것 같다.

▶국제 원자재 가격변동을 요금에 도입하는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찬성이 49%, 반대가 48%로 팽팽한데.

이택수 대표= 정확하게 오차범위 내에 있다. 그런데 주로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30~50대에서 반대가 많았다.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휘발윳값이 유가가 내릴 땐 안 내리는데 유가가 오를 땐 확 오르는 경험을 한 소비자들이 일종의 불신이 있는 것이다.

강승진 교수=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도 첫 번째 원칙으로 도매가격 연동제를 명시했다. 그러나 학계의 주장과 소비자의 수용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석유 가격도 1997년에 자율화됐는데 초기에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정착이 됐다. 오를 땐 로켓처럼 오르고 내릴 땐 깃털처럼 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논란은 존재하지만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지 않나. 전기요금은 범국가규제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과거에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직전까지 간 적이 있지만 원료비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원료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권에서 표 떨어진다고 안 한다.

이동일 대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왜곡돼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에너지법 체계 세울 때 중요한 요소가 에너지 가격인데 이 가격이 왜곡됐기 때문에 합리적인 제도를 설계해서 시행해도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제도개선의 의미가 없고 그러니 시도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전력시장이 건강해지려면 전력시장도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 초반에는 부작용과 국민 불만이 있겠지만 그 과정을 지나야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나 제도가 나올 수 있다. 한전은 전기사용자 70% 이상이 원가 이하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손해 보면서 장사하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다. 전기요금 시장질서에 맡기고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전기요금 할인보다는 에너지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선택 구입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63%나 된다.

이택수 대표=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첫째로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된다면 비용부담을 염두에 두고도 찬성한 것이다. 둘째로 2040세대들은 커피도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문재인 정부도 ‘공정’을 많이 거론한다. 과정에 대한 공정성 차원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강승진 교수= 재생에너지 선택 구입제가 결국 녹색요금제다.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는 데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녹색요금이 제시된다. 실제로는 어떤 에너지원으로 생산했는지 구분은 되지 않지만 전력판매사는 녹색요금이 적용된 판매량만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야 한다. 녹색요금제 도입 찬성의견이 63%나 된다고 하니 놀랍다. 그렇게 찬성의견이 많은 줄 몰랐는데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다.

▶3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여론조사가 흔치 않다. 수치로 나타내지 못한 민심도 있을 것 같은데...

이택수 대표= 여론조사 학계 용어 중에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이라는 표현이 있다. 재생에너지나 녹색요금에 우호적인 답변이 나온 것을 그런 경향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녹색요금으로 4000원 이상 부담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실제로 적용되면 반발이 상당할 것이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교과서적으로 답변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정책이나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공론화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고 본다. 최근 이 결과를 놓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전기요금 정책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사안일수록 학계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에너지법 체계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이동일 대표= 전기요금과 관련된 소송은 우리나라에선 이례적인 소송이다. 기존에는 전기요금에 대해 별다른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 1만명이 참여했다는 것은 앞으로 개인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사회적인 문제, 환경적인 문제와 관련한 사안을 법적으로 쟁점화하고 실제 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정책이 적합한지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로 분석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전기요금과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에너지전환과 전기요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승진 교수= 이 질문은 이미 정치적인 쟁점, 편 가르기가 됐다. 에너지전환이 정치 쟁점화됐고 찬반으로 편을 가르는 세태가 안타깝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이 30년 이상 걸쳐서 이뤄지는 장기적인 정책인데 단기적인 현상을 놓고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충분히 동의한다. 그런데 문제는 30년 걸리는 일을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천천히 결정하면 되는데 못을 박아버린 게 문제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없다. 2022년까지 원자력·석탄발전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얼마나 하락할지 모르겠지만 비용문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송·변전망도 확충해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보전 등이 비용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인 논리로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다 보니 이런 사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불가능하다. 안타깝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잡음이 없도록 하려면 정부는 요금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

이택수 대표= 우리나라가 방탄소년단(BTS) 보유국이다. 방탄소년단은 소셜네트워크(SNS)로 전 세계와 소통해 세계 1위가 된 사례다. 최근에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전력당국이 전기요금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소통하면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정부가 우리 국민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설명·설득하면 가능성이 있다. 국민 배심원제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등은 설명하고 설득하면 국민이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 에너지 문제도 국민에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이동일 대표= 최근에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소규모전력시장 시대가 열렸다. 관련 사업자들이 초기에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실제 법이 개정되고 나니 전기요금 때문에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전기요금이 왜곡돼있다면 제도가 작동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전력시장도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 몇 년 전에 에너지법이 개정돼 에너지복지가 법적으로 명시됐다. 에너지복지 제도를 체계화하고 합리화한다면 시장은 시장대로 건강해지고 에너지 소외계층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강승진 교수=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격보전이 아닌 소득보전을 해줘야 한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경제를 개발하는 상황에서는 공적인 역할이 크지만 우리나라처럼 성숙한 상황에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전력시장 구조개편 이뤄지면 시장이 완벽하게 돌아가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지금 구조에서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전기요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계속 생기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세금으로 충당했다. 결국 전기수요가 늘어나고 전기가 부족해서 블랙아웃 사태까지 가지 않았나.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과수요 상태기 때문에 수요를 줄이라는 시그널이다. 이런 시그널을 무시하면 과거에 경험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왼쪽부터)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번호사와 천근영 본사 편집국장,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전기요금 설문조사와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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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chang@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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