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2%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0.3%였다. 미국은 연율로 환산한 거니까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0.8%다. 그렇다 해도 대단히 높은 성장률인건 분명하다. 4년 만에 최고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의 12배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 미국 경기는 정말 좋다. 올 들어 3월까지 미국경제는 매달 평균 18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고용 증가는 102개월째다. 실업률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3.7%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면서 주택 값도 반등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2009년부터 상승이 무려 10년째다.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주가 상승기간이다. 중국과의 무역마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미국은 왜 이렇게 경기가 좋을까.

미국 경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수요측면에서는 정부 지출과 수출이다. 우리나라가 다섯 달 째 수출이 줄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수출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은 성장 기여도가 2.4% 포인트에 이를 만큼 효과적이었다.

공급측면에서 따져보자면 지난 1분기 기록한 경제 성장률 3.2%는 생산성 증가율이 2.2%에, 노동인구 증가율 1% 덕분이었다. 우선 생산성 증가율은 노동자가 더 빨리, 더 값비싼 상품을, 더 많이 만들어 내게 됐다는 뜻이다. 더 좋은 기계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했다는 말인데 그만큼 기업이 투자를 늘려서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투자는 자금 여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업이 투자를 늘린 데에는 법인세가 35%에서 21%로 낮아진 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금리가 당초 예상과 달리 오르지 않은 것도 기업의 자금 사정에는 고마운 일이었을 것이다. 미국 연준은 이미 지난 3월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연내에는 올릴 계획이 없고, 내년에나 한 차례 정도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2020년까지 기준금리 3% 유도를 예고해 왔지만 더 이상은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저금리 속에 낮아진 세율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지불해야 할 이자의 8배가 넘는 현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인 또 하나의 이유, 노동 인구의 증가는 일자리를 가진 여성과 노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일하지 않던 많은 여성과 노인들까지 일을 하게 됐다. 일하는 사람이 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당연히 성장률은 올라간다.

정리하자면 수출이 늘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돼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좋은 설비로 생산성을 높여서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미국 경기에 불안한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계소비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히 경기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반면 재정적자와 정부채무는 급증하고 있다. 감세 효과도 사실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 예상보다 좋았던 1분기 성장률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도 한다.

앞으로의 전망이야 어떻든, 일단 지금까지 미국 경기가 좋은 이유를 정리하자면 결국 저금리와 감세정책의 결과라고 봐야 할 듯하다. 특검의 조사결과 발표로 미국 정가에서는 논란이 한창이지만, 곤혹스러워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얼핏 무모해 보이는 자신감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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