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규제는 반비례, 정부와 국회의 속도감 있는 규제개선 시급”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 산업별 이해관계자 갈등으로 성과 못 내
20대 국회서 4차 산업혁명 103개 법안 중 14개만 통과, 규제일변도 정책 문제
5G는 킬러서비스 없는 게 단점,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원 방안 필요
4차 산업혁명시대 데이터는 ‘쌀’, ‘데이터 규제해소’로 활용무대 넓혀야

송희경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로 통한다. 20대 국회의원 중 과학기술계 출신은 불과 1.33% 수준. 그중에서도 IT 분야 출신은 송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이런 경력을 살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신문은 창간 55주년을 맞아 송 의원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과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과학기술 중에서도 초지능과 초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전력산업을 비롯해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최근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4차 산업혁명, 마지막 기회인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야심차게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핵심이 되는 이슈는 산업별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갈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힘 있는 규제혁파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을 ‘재원투입’에서 찾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산업생태계 조성, 기술개발,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지속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쏟는 공공사업, R&D 과제들은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민간의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코스트(Cost)’에만 매몰된 정책기조에서 탈피하고, 지속가능한 ‘수익(Profit) 창출’을 이끌어낼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혁신의 장애가 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패에 안주하는 DNA가 제거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최근 공공연구노조도 ‘제52회 과학의 날(4월 21일)’을 앞두고 대전 대덕특구 기자실을 찾아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혹평하기도 했는데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전반에 문제가 많습니까.

“과학계 전반에 퍼진 사기 저하가 정책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는 없고 정치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 3월 열렸던 과기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과학기술계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4차 산업혁명 주무 부처로서 전 부처의 혁신을 견인해야 할 과기부의 수장은 언제 교체될지 오리무중이고, 과학기술계의 정치화는 극에 달하면서 과기행정은 추동력을 잃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이와 같은 급변하는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규제개선이 요원한 것이 문제입니다. 20대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요 103개 법안 중 본 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14개에 불과합니다. 통과율이 13.6%밖에 안 됩니다.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암호화폐’는 막고 ‘블록체인’기술만 진흥하는 엇박자입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산업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통행식 ICO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청년 창업가들은 기다리다 지쳐 외국으로 발길을 돌렸고 지금의 정부는 규제로 생태계를 사장시켜놓고 블록체인 기술만 육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산업 특수성을 무시한 주52시간제도 또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주52시간 실시로 중소기업과 ICT・SW 기업이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로 가장 높았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중소기업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ICT·보안 업종은 신규개발수요가 수시로 발생해 주52시간 규정을 준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큽니다. 이에 지난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ICT산업의 경우 근로시간제도의 특례대상에 포함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혁신과 규제는 반비례합니다. 정부와 국회의 속도감 있는 규제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난 4월 12일 ‘전파가 이끄는 Next Generation ’ 신기술 워크숍에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연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세계 최초 뿐 아니라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기업규제 해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것보다 5G 위에서 융합산업·서비스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4월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해 초연결 구현을 통한 융합산업의 본격적인 혁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5G에 올라탈 킬러서비스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플랫폼 구축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데 반해, 투자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단시간에 통행료로 수익을 만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5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5G 설비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근거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제도마련보다 운용이 중요합니다. 민간이 5G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 제도가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피고,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 방안이 뒤따라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로 가로막힌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돕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규제샌드박스가 도입 100일을 맞았는데요, 이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며, 운영과정에서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의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부 부처별 책임 있는 운영이 중요합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수소충전소 설치에 대해 규제특례(2년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국회 수소충전소가 설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문화재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동사옥은 문화재위원회 소관 검토를 거쳐야 하는 ‘조건부 승인’이 결정됐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 인근 알마 광장에, 일본은 도쿄타워와 인접한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건부승인은 사실상 특례허용여부 결정을 문화재위원회에 미룬 건인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산업부가 문화재위원회를 설득하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일 겁니다. 조건부 승인이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책임있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빅데이터, 스마트홈,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 발전을 전방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 관계자 등 업종을 막론하고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의 개인정보보호법으로는 빅데이터 혁신이 불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데이터는 ‘쌀’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융합혁신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인 동시에, 수많은 레시피(소프트웨어)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된 이후 가장 목 놓아 외친 것이 ‘데이터 규제해소’ 였습니다. 지금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 식별정보 뿐만 아니라 자동차 번호판처럼 다른 정보와 결합해야만 식별이 가능한 정보도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장 기업들의 개인정보 결합을 전면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개정안의 조속한 논의와 처리가 가장 시급합니다. 국회 1기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 정책권고 105개, 입법권고안 47개를 마련했습니다. 그 중 가장 심혈 기울였던 것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한 특별권고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빅데이터 3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 목표는 데이터의 ‘활용’과 ‘안전’의 조화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데이터 ‘활용’을 위한 ‘보호’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속한 처리가 시급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아닌 개인정보위원회로 격상시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법안의 주요 쟁점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격상’이 메머드급 규제기관 설치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격상이 자칫 데이터 규제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데이터 활용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원회 명칭도 현행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개인정보위원회’로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창간 55주년을 맞은 전기신문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창간 55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초연결시대가 본격화 되는 지금 전기·에너지 전문지인 전기신문의 행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ICT 이슈를 선도하는 전문지로서, 기업과 정부, 국내와 해외, 독자와 산업현장의 가교역할을 이어나가주시길 당부드리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송희경 의원은...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대우정보시스템에서 일했으며, KT에서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고 직위인 전무까지 승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6년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에 입성한 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 자유한국당 미래먹거리특위 ICT분과 위원장, 4차산업혁명 TF 위원장, 경제와 청년위원회 위원장, 원내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과학기술에 대한 해박한 전문성으로 주변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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