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정책, 방향 틀기보다 미세한 클릭조정 필요한 때

현재 전력산업은 구산업과 신산업이 공존하는 혼돈에 휩싸였다.

석탄・원자력으로 대표되는 구산업에 재생에너지의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앙시앙레짐(구체제)를 극복한 것처럼 전력산업도 이런 진통을 겪은 후에 새로운 체제로 안착할 수 있다.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시장제도의 개선 목소리는 높아 질 것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지고 시장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옛 제도는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신 산업에 맞는 시장제도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신흥사업자의 등장도 예견된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빗장이 풀리면 당연히 큰 장이 설 수밖에 없다. 정부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내놓고 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이런 사업에 진출해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고민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강력한 중앙집중식 개발과 통제는 ‘저렴한 전기요금’이란 편익의 열매를 만들었다. 아직도 전기요금을 세금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국민편익을 외면할 수 없다. 강력한 통제를 통해 국민편익을 담보할 것인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전력산업에서 찾을 것인가, 갈등이 깊어졌다.

전력산업이 다른 산업과 다른 것은 시장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정적 전력공급이란 대명제가 전제된다.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해 전기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면 수입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기는 그렇치가 않다. 전기는 산업의 기초 인프라이며, 삶을 책임지는 생명과도 같다. 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변화가 잦은 정책 결정도 옳은 방향은 아니다.

그래서 전력정책은 방향타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 미세한 클릭조정이 필요하다. 구산업과 신산업의 대결이 아닌 공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영논리 때문에 밖으로 표출되는 혼란을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 전력산업계의 과제가 됐다. 당장 석탄과 원자력이 없어질 수 없고, 당장 재생에너지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다. 현실에 기반한 전력정책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상은 가슴에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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