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내전력 사용 가능한 발전사 중심의 부정기선인 벌크선에만 AMP 운영 중
컨테이너항 AMP는 아직 한국에 없어, 부산항 시범 사업 추진 중
해운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

미국 LA항에서는 육상전원공급시설이 없는 선박의 경우 이동형 컨테이너타입으로 제작해 선박에 올려 사용한다. 사진제공- 부산항만공사
미국 LA항에서는 육상전원공급시설이 없는 선박의 경우 이동형 컨테이너타입으로 제작해 선박에 올려 사용한다. 사진제공- 부산항만공사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이 펴낸 '2017년 부산광역시 대기질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6ug/㎥(마이크로그램퍼 규빅미터)로 전국 7개 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서울과 인천, 울산이 각각 25ug/㎥로 그 뒤를 이었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는 내륙에 위치한 대전으로 21ug/㎥를 기록했다.

부산은 중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광역시이므로 다른 도시보다 중국의 영향도 덜하다. 부산 감천동에도 화력발전소가 있지만 석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LNG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의 주범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산 대기질 악화의 주요원인으로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왜냐면 정박 중인 대부분의 선박들은 한국 전력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황 함유량이 높은 벙커C유를 사용해서 선박 안에 있는 발전기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또 부산의 초미세·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해 보면 하절기에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황산암모늄이 높아지다 동절기에는 차량에서 나오는 질산암모늄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인다.

겨울과 봄에는 북서풍이 부는 반면에 여름에는 남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황산염 및 질산염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중에서 심폐질환이 1만3,800명, 폐암 1480명, 항만 도시의 사망자가 내륙지역보다 수천 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황산화물은 산성비와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데 컨테이너선박 1척이 디젤승용차 5000만대보다 더 많은 황산화물을 배출한다는 해외 연구를 근거로 선박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최근 부산항만공사는 호흡기 건강을 위해 항만 근로자 2만명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공했다.

◆ 해외 사례

따라서 해외에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을 차단하고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해 배출규제해역(ECA, Emission Control Area) 설정국 및 예정국을 중심으로 육상전원공급설비(AMP, Alterative Maritime Power)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항/롱비치항은 지난 2014년부터 입항 선박의 50%, 2017년부터 70%, 2020년 80% 이상의 선박이 AMP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제 규정했다.

LA항은 초창기에 AMP설치와 선박의 관련시설 설치에 2억달러(2271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LA항 7개 터미널의 전 선석에서 AMP를 사용 중이다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AMP설치를 의무화했고 독일, 스웨덴은 AMP 선박에 대한 전기세 감면 정책을 시행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금융을 통해 AMP 설치를 지원한다.

중국은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중화인민공화국 대기오염방지법’에서 신규 부두는 계획, 설계, 건설 시 AMP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미 개발된 부두는 점차적으로 AMP시스템으로 개조를 진행해야 하고 입항한 선박은 우선적으로 AMP를 사용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까지 전체의 약 30%인 총 926개 선석을 대상으로 하고 2020년에는 전체의 약 50%인 총 1543개 선석에 AMP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리고 중앙재정에서 항만기업과 선사가 AMP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 국내 사례 : 발전공기업 중심의 벌크선에 그쳐, BPA 컨테이너 시범 사업 준비 중

국내에서도 발전공기업 중심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할 석탄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을 대상으로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AMP를 설치 운영 중이다.

남동발전은 한국전력, 인천항만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영흥화력 발전소 내 석탄하역부두에 석탄운반 선박의 고압 AMP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대한해운도 이를 위해 대형선박에 AMP관련 수전설비시설을 설치했다. 국제표준에 맞는 고압 AMP설치는 영흥화력본부가 최초이고 유일하다. 여수발전본부(남동발전), 호남화력본부(동서발전)은 전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저압이다.

동서발전은 37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당진화력 내 석탄하역 제1~3부두에 총 7MVA(6.9kV) 규모의 선박용 AMP를 올해 말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 3부두와 4부두의 선석 4곳에 8개의 고압 AMP를 시범 설치하는 공사를 지난 4월 착공해 올해 말 준공예정이다. 컨테이너항만으로는 국내 최초다. 비용은 선석당 대략 25억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관로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3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 AMP 도입을 꺼려 하는 컨테이너 선사

대다수의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적항인 동시에 컨테이너항만인 부산항은 남동발전 전용항만인 영흥항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AMP 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동발전이 대한해운과 계약한 선박은 부정기선으로 벌크선박을 이용해 선사와 연속항해용선계약(CONSECUTIVE VOYAGE CHARTER 계약)을 선사와 체결한다.

영흥항이 동서발전 전용 항만인데다 화주가 발전사이기 때문에 소내전력으로 전기 사용료 부담을 경감할 수 있었으며 선사 입장에서도 평균 15년 정도의 장기 계약 등으로 수전설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해운은 영흥발전본부로부터 선박 수전설비 투자비의 50%에 달하는 2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18만t급 남동발전 석탄운반전용선 로즈마리(Roseamry)호에 AMP관련 수전설비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기선 위주인 컨테이너선은 경우가 다르다. 화주가 매 항차 변경될 수 있으며 특히 부산항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다. AMP설치로 선사에 부담을 준다면 영업력이 큰 선사의 경우 부산항을 피하고 다른 항만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부산항만공사에서는 AMP를 강제하지 않고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선사 입장에서는 벌크선과 달리 자본력이 있는 화주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부산항과 같은 컨테이너항만에 AMP를 도입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또 케이블선, 변압기 등 수전설비 비용과 벙커C유를 이용한 발전기 가동보다 훨씬 비싼 전기 요금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별도의 조치가 없다면 이는 선사의 부담이 된다. 전기요금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으나 국민 세금으로 외국 선사들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견해도 제기된다.

선사 관계자는 “저전압의 선박의 경우 변압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며 육상전기를 선박에 연결하는 케이블선이 고가로 배 한 척당 최대 10억원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데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운선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고 말했다.

또 “육상전기가 선박에서 발전기를 가동하는 것보다 훨씬 고가이기 때문에 기본요금을 포함하는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시범운영한다면 육상전기를 사용할 선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수전설비 비용이 큰 배나 작은 배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작은 선사 입장에서는 더 큰 부담이라며 육상전기 사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해수부 등 관계기관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LS전선에서 지금까지 유럽에서 수입했던 선박용 육상 전원 공급 케이블을 시장에 출시했으며 선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아갈 것이므로 선박의 수전설비 비용은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용 이외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AMP설비와 선박을 연결할 때 최소 1~2시간이 소요된다. 근로자 혼자 운반하기 곤란할 정도의 큰 케이블선은 물론이고, ‘주파수·전압·위상’을 일치시키는 동기화 작업도 해야 한다. 하나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선박시스템의 단락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터미널 AMP 구축시 항만 운영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관로 부족 시 지하 관로 매설 공사를 해야하며 부변전실을 부족한 항만 공간에 설치해야 하고 육상전원공급상자(SPO: Shore Power Outlet)를 안벽부분에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육상 AMP시설에 선박에서 내린 케이블을 접속해 놓은 상태, 이 상태로 전기가 선박에 공급된다. 사진제공- 부산항만공사
육상 AMP시설에 선박에서 내린 케이블을 접속해 놓은 상태, 이 상태로 전기가 선박에 공급된다. 사진제공- 부산항만공사

◆ AMP 설치로 선박이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AMP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표준안 ▲교육방안 ▲모니터링 방법 ▲인센티브 정책 등을 마련하고 전기료 개편 및 전력판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해운선사 등 해운업계로 범위를 좁히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언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항만의 미세먼지는 해수부뿐만아니라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이 모두 얽혀있는 문제임에도 지금까지는 해운업계에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해결이 더뎌졌다”고 말했다. “2015년 연구를 시작할 때는 일반인들은 AMP에 대한 용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몰랐고, 항만관계자들은 AMP설치를 결사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AMP설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AMP와 관련해서 시범사업, 법제화, 로드맵은 실시됐거나 실시 중이며 ▲항만도시의 인체 영향 및 AMP 구축 효과 ▲운영표준안 마련 및 전기료 개편 ▲AMP관련 R&D 과제 등이 남겨져 있다”며 “AMP 설치로 선박이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항만근로자와 항만도시민들이 항만과 더불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카보텍사의 AMP 조감도
카보텍사의 AMP 조감도
중국 선전항 AMP
중국 선전항 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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